02. 기세복의 아들, 기영석
나의 아버지, 당신에 대하여
21명의 자녀들이 이야기하는 나의 아버지
할아버지를 간호하던 병실에서 우리가 단둘이 남았을 때, 조용히 건네던 당신의 한마디.
“아들 내가 나중에 늙어도
지금처럼만 해줄래?”
눈물이 날 것 같아서 “당연하지.”라고 얼른 대답하고 말았지만, 그 한마디가 잊히지 않는다.
"언제나 건강해라. 그게 성공한 삶이야."
아버지. 가깝고도 먼 당신을 나는 앞에서보다 뒤에서 바라보는 일이 많았다. 어릴 때부터 나에게는 큰 산 같던 당신. 내 손을 잡고 일요일 아침이면 뒷산 운동장에 올라 함께 공을 차고, 매일 저녁 퇴근길에 양손 가득 과자와 통닭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오던 당신의 손이 이제는 많이 야위고 늙었다.
다 큰 아들이 회사를 퇴직하여 돌아왔을 때, 직접 닭백숙을 해주겠다며 한여름 뜨거운 햇볕 아래 가마솥 앞에 앉아 불을 지피던 당신의 사랑을 나는 숨죽여 바라보았다. ‘왜 이렇게 말랐어.’ 속으로 말하던 나는 당신의 등을바라보며 세월을 알게 되었고, 한때 기업의 임원이었던 당신은 나에게 성공해라가 아닌 건강해라, 그게 성공한 삶이라고 말하는 나이가 되었다.
나에게는 거대한 산 같던 당신이 당신 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보며 조용히 눈물 흘릴 때 나는 알았다. 거대한 산도 울음을 머금고 있다는 것을. 1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사랑하는 딸을 떠나보내고 아버지를 떠나보낸 당신의 삶이 얼마나 많은 울음을 삼키고 있을까 생각한다. 단단해 보이던 당신의 등이 처음으로 흐느낄 때, 나는 아버지라는 슬픔을 목도했다.
할아버지를 간호하던 병실에서 우리가 단둘이 남았을 때 조용히 건네던 당신의 한마디.
“아들 내가 나중에 늙어도 지금처럼만 해줄래?”
눈물이 날 것 같아서 “당연하지.”라고 얼른 대답하고 말았지만, 그 한마디가 잊히지 않는다. 가족은 서로의 그늘진 곳을 비춰주는 사람들이라고 했던가. 당신의 그늘을 한 번쯤 내가 이 미천한 문장으로 비출 수 있다면 좋겠다. 그리하여 당신이 나에게 그리고 내가 당신에게 전하지 못했던 사랑한다는 말이 이 안에서 우리를 비추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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