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한 양식이면 충분한 삶

제철 과일 한쪽이면 충분한 여름을 보내며

by 가랑비메이커

지친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제철 과일 하나면 충분하다. 일용할 양식을 구한다면서 때때로, 아니 어쩌면 평생을 넘치는 풍요만 구했던 나를 돌아보는 8월의 초입. 들어오는 게 많을수록 나가는 건 너무 쉬워진다. 가진 숫자가 늘어갈수록 텅 빈 주머니만 매만지던 시절을 잊게 된다. 여름의 나를 돌아보면 응답이 되어 돌아온 기도가 주렁주렁 달렸고 공허하던 속은 기쁨으로 잘 익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예측할 수 없는 삶, 확신할 수 없는 일을 하며 살아가기에 때때로 식은땀을 흘리기도 한다. 기쁘게 나누던 것들 앞에 작은 셈을 하게 되는, 지극히 작고 낮은 마음의 나를 만나기도 하지만 참 다행인 것은 그 생각이 이전처럼 오래 머물지 않는다는 것.


그럴 때마다 때 맞춰 더 귀한 것을 보게 하신다. 올해 초 내 사랑하는 고향, 타국의 형제의 병원비를 작게나마 보태기로 결심하였을 때 나는 오랜만에 쓰는 삶이 아닌 다른 직업을 고민하고 있었다. 아주 오랜만에 찾아온 빈곤한 시기였다. (그마저도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때 펼친 성경과 책, 모두가 그 자리에서 나눠야 하는 삶을 이야기했다. 그 인도하심에 따라 조금씩 결심한 것들이 위태롭지만 여전히 이어져가고 있다. 얼마 전 그 형제가 잘 치료받고 퇴원하게 되었단 소식과 사진을 받고서 깨달았다. 이 기쁨을 누리게 하시려 작은 마음을 내놓길 원하셨다는 것을. 매달 찾아오는 내 몫은 다 다른데 여전히 어디론가 작게 작게 일정한 마음을 내놓는다. 때로는 그 마음을 전하기 위해 모아둔 것을 털어야만 하고 오래 기다렸던 것들을 더욱 뒤로 미뤄둬야만 한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기억해야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이 어디로부터 왔는지. 내가 진정 누리는 삶은 <일용한 양식>인가.


“자선에 쓰는 비용 때문에 가계가 빠듯해지거나 제한받는 일이 전혀 없다면 너무 적게 주고 있는 것입니다. 자기는 하고 싶지만 자선에 돈을 쓰느라 못하는 일이 있어야 합니다. (중략) 하나님께서 여러분의 책임 아래 두신 이들에게는 더 많은 것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들을 도우려면 여러분 자신의 위치가 흔들리거나 위험에 빠지는 일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따금 마음이 혼탁해질 때, 작은 셈이 커져가려 할 때 다시금 펼쳐 보는 C.S 루이스 <순전한 기독교> 페이지. 나누었다면 내 것이 작아지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이치라는 게, 그리고 그것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결단과 삶이라는 것이 단 하나의 분명한 위로가 된다. 여전히 연약한 자이지만 계속해서 나누며 살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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