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10년 뒤에 무얼 하고 있을까?

10년 뒤의 당신을 떠올리면 서글퍼져

by 가랑비메이커


작년 여름, 다른 자녀들의 질문을 모아 아빠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낯선 이야기들을 들으며 여러 번 울컥했지만 그중에서도 제일은 10년 뒤에 당신은 무얼 하고 있을 것 같나요, 라는 질문이었다.

언제가 ‘제일 행복하냐고, 요즘 제일 하고 싶은 게 무엇이냐’고 물어도 언제나 <가족>, <너희>라는 키워드 없이는 대답하는 법을 모르던 아빠는 까마득한 10년이라는 이 앞에서야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살고 싶은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10년 뒤에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것이 궁금하네. 아빠도.
아마도 그토록 원하던 여행을 하고 있겠지?


30년을, 그러니까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그리고 내가 대학을 졸업한 후까지도 아빠는 늘 같은 회사, 작은 사무실을 지켰다. 아파도 조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었고 매일 가장 먼저 출근해서 아무도 없는 주차장에 주차하는 게 일과의 시작이라던 아버지. 아빠는 근면한 직장인으로서 살면서 주말이면 캠핑과 드라이브를 소홀히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여행. 자연 속 은퇴. 그것이 사실 아빠가 그토록 소원하던 제2의 삶이었을 거다. 그러나 그 소원은 두 딸의 뒷바라지로 인해 조금 저 멀어졌다. 더 멀어지기만 했을까. 평생 생각조차 해본 적 없는 타국에서 한식당을 시작하며, 이제는 사무실 대신 식당을 지키고 있다.


인터뷰를 하기 전에는 조금도 궁금해본 적 없던 아빠의 10년 뒤. 아빠는 늘 어른이었기에 늘 이미 나보다 앞선 생을 살고 있었기에 이다음의 삶에 대한 어떤 기대를 갖고 있을 거란 생각조차 하지 못한 거다. 부끄러웠다. 내게 다가올 10년 뒤를 상상하며 벅차고 즐거웠던 감정을 왜 내 것이라고만 생각했을까. 그 벅참을 미루며 인내했을 아빠의 수십 년을 이제야 헤아려본다.

여행이라는 여정 앞에 <그토록 원하던>이라는 수식을 떠올린다. 그토록, 이라는 말이 숨도 쉬지 않고 내뱉는 아빠의 얼굴에 어른거리는 즐거움과 설렘을 모른 척하고 싶었다. 그 설렘을 마주하는 나는 서글퍼졌기에. 내가 당신에게서 앗아간 것은 그저 시간과 육체의 젊음만이 아닌, 이토록 아름답고 생생한 감정들이었구나. 자식은 부모의 참 많은 것을 훔치며 자란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닫는다.


사랑한다는 말만으로는 갚을 길 없는 그 깊고 넓은 마음을 생각해보다, 나는 나의 10년 뒤의 모습을 조금 다르게 꿈꿔보기로 했다.



아버지의 여행을 지켜내는 딸이 되어
달력도 시계도 없이 마음껏
바다와 산을 만끽하게 하는 것.



나를 사랑해서, 너무 사랑해서 자신의 꿈마저 잊어버린 채 내 꿈을 지켜준 내 아버지를 위해서, 이제 내가 나의 꿈을 조금 놓고서 아버지의 늦은 꿈을 지켜주고 싶다. 그렇게 나와 당신의 꿈이 조금씩 닮아가기를 바란다. 당신과 내가 마주했던 그 순간처럼. 오늘 밤은 그 언젠가를 그리며 벅찬 밤을 보낼 것 같다.





가족에세이 <거울 같은 당신께 겨울 같던 우리가>

인터뷰 [대신 물어드립니다] 후일담






가족 에세이 <거울 같은 당신께 겨울 같던 우리가>

https://www.aladin.co.kr/m/mproduct.aspx?ISBN=K462638123&start=pm_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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