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호하는 마음에 마이너가 있나요?

조금 특이한, 아니 특별한 선호의 방식에 대하여

by 가랑비메이커

1. 고요한 애정에 관하여


언제부턴가 마이너 하다는 말을 듣게 됐다. 새로운 신드롬이 대한민국을 강타할 때마다 “넌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잘 모르는 것 같아.”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 뿐, 결코 모르지 않는다. (나는 그 ‘요즘 사람’ 중에서도 ‘요즘 사람’인 걸.) 우르르 다니며 야단인데 그들이 무얼 좋아하는지,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다. 그래, 더는 좋아하는 것들을 가만히 가슴속에 간직해두지 않는 세상이니까.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외치는 진솔함과 자유로움은 매력적이다. 이따금 작은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예를 들면, 같은 선호를 가진 누군가를 마주할 때면 서로 마음을 열고 손뼉을 마주치는 게 아니라, 도리어 목소리를 높이며 애정의 크기를 비교하고 우위를 차지하고자 하는 미묘한 지점들을 발견할 때가 그렇다. 좋아하는 마음에도 자격과 인정이 필요할까.

소중한 것이 달아날까 숨죽이며 움켜쥐던 세상 속에 (여전히) 살고 있는 내게는 요즘의 애정 방식이 어렵다. 비슷한 마음을 가진 누군가를 찾아 ‘진짜’라는 인정을 받지 않았다고 해서 그 마음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을까.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누군가와 한껏 즐거운 대화를 이어가고 싶은 사람이 있는 반면, 아무런 방해도 없이 고요한 공간에서 곱씹으며 소화시키고 싶은 애정도 있다. 나는 적당히 물러서 있는 자리에서 오래도록 바라보는 애정의 형태를 고수하는 사람이다. 나의 애정이 더 큰지 작은지는 알 수 없지만, 결코 짧지 않음은 안다.



2.

“넌 정말 그게 좋아?”


새로운 사람을 사귀며 주고받곤 하는 취향에 대한 물음에 답을 할 때면 내게 되돌아오는 말들은 언제나 나도! 와 같은 느낌표가 아닌 물음표였다. “정말?”

즐겨찾기가 되어 있는 노래들은 최신이라고 해보아야 6년 전 것들, 그중 새롭게 알게 된 것이라고는 노르웨이 싱어송라이터의 슬로 템포 곡, 좋아하는 책이나 영화는 꼭 유명 작가, 배우의 히트 못 친 작품들이고 어쩌다 보이그룹에 빠졌을 땐, 흔히 말하는 센터 멤버가 아닌 사이드 멤버였다. (나는 이런 식의 표현을 무척 좋아하지 않는다. 이마저도 누군가 내게 건넨 “넌 센터 아니고 사이드 좋아했구나.”라는 말에서 알게 됐다.) 이쯤 되면 뻔하겠지만 좋아하는 드라마도 그렇다. 저조한 시청률의 드라마가 늘 끌렸다. 재방이나 다시 보기 서비스로 만나보기가 무척 힘든 그런 드라마들 말이다.

언젠가는 그런 말을 듣기도 했다. “괜히 일부러 그러는 것 아니야?” 당시에는 정확한 뜻을 알 수 없던 질문이었다. 이제 생각해보면 독특한 취향을 가진 그 사람은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좋아하는 척하는 것이 아니냐는 뜻이었던 것 같다. 천만에. 가능성도 적은 매력을 얻겠다고 감내하기엔 꽤나 외로운 취향인 걸.

어쨌거나 나는 늘 그랬다. 나의 선호는 나만의 선호처럼 느껴졌다. 내 마음이 기우는 자리는 언제나 낮고 고요한 공간들, 반짝거리지 않거나 조금 덜 반짝거리는 사람들, 완벽보다는 허점에 가까운 것들, 명작보다는 망작이라고 하는 것들이었다. 이성에 관심이 생겨나던 중학생 시절에도 내 눈에 들어오던 건 인기 많은 반장의 옆자리에 앉은, 지금은 기억도 희미해진 작은 남자아이였다. 그 시절엔 좋아하는 남자애 이야기를 하며 친해지곤 했기에 억지로라도 반장을 좋아해 보려 애를 썼지만, 내 눈길이 머무는 쪽은 늘 그 옆이었다.

모두가 화려하고 단단한, 거릴 것 없이 믿음이 가는 것들을 선호한다면 나 하나쯤은 그렇지 않은 것들에 마음을 써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일관되게 대중적이지 못한 내 취향의 카테고리를 더듬거리다 내린 결론이다. 정말 그런 의도가 있었든 없었든 상관없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그랬다. 눈높이 맞게 핀 화려한 장미보다는 그 발아래 가만히 앉은 민들레 같은 것, 인기 많은 휴양지보다는 그곳으로 향하는 길에 발견한 작은 아지트 같은 것. 당신들이 좋아하는 것들과 아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언제나 그랬듯이 변함없이 존재하고 있는 것들이다. 아, 이 기특하고 고마운 존재들. 이들에게 ‘마이너’라는 명명은 누가 허락한 것일까.

선호라는 것은 말 그대로 ‘여럿 가운데 특별히 좋아하는 것’이지, 특별해서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이 먼저인 것이다. 내 마음이 닿는 곳에 내 눈길이 머무는 곳에 특별함이 있다. 그러니까 우리의 선호, 애정에는 메이저도 마이너도 무의미하다. 그저 내게 유의미한 것, 특별하게 사랑하는 것만 존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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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고 고요한 공간, 평범한 사람들, 보통의 서사를 담아낸 가랑비메이커의 필름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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