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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랑비메이커 Oct 09. 2021

앨범

어린 날의 나에게

   12월의 끄트머리. 모두가 들떴지만  마음은 홀로 고요했다. 창밖으로 새어드는 불빛만이 전부인  꺼진  안에서 깊어가는 . 무얼 해야 조금  헛헛할  있을까 생각했다. 웅크린 자리에서 눈에 들어온 것은 높은 책장  하얀 눈이라도 내린  먼지 쌓인 앨범이었다. 까치발로 간신히 닿았던 앨범이 위태롭게 흔들거리다 떨어졌을 , 나는 그렇게 첫눈을 맞았다.


   환한 낮, 시름없는 얼굴들과 다정한 숨결들.


   티슈로 작은 얼룩들을 지워내고 펼쳐  세계는 피부에 닿아 있는 계절과는  멀었다. 눈을 감으면 당장이라도 그곳에 닿을 것만 같은데 그때의 나와 금의  사이에는 이렇게 계절의 끝이 하나  쌓이고 있다.  없이 벌어지는  간격을 이제 더는 어쩔 수가 없어서 얇은 비닐막만 매만져야 했다.


   아쉬움으로 느리게 넘겨가는 페이지 사이사이 거꾸로 흘러가는 시간에 시선을 맡기다 이제는 내가 아닌 것만 같은 어린 눈동자 하나를 마주했다.  천진한 어린 빛이 어쩐지 지금의 나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을 것만 같아서 작고 희미해진 사진  장을 부둥켜안고서 물었다.


   “넌 어떻게 생각해? 지금의 내가 너는 괜찮니.

나, 너에게 미안하지 않을 만큼 제대로 가고 있는 검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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