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의 잠꼬대,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프로이트는 말했다, 꿈은 무의식의 발현이라고

by 가랑비메이커

지극히 가랑비적인 열다섯번째 이야기

<언니의 잠꼬대,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프로이트는 말했다.

꿈은 무의식의 발현이라고.


나와 언니는 매일 꿈을 꾼다.
매일 아침, '나 오늘은 무슨 꾸었는지 알아?'



운을 뗀다.

지금, 내 안에 가득찬 이야기들을
그 무의식을, 의식 밖으로

꺼내어주기를 바라며.



그리고 오늘 아침, 아직 무의식을 헤매던
언니의 잠꼬대는 너무나 선명했다.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잘할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입니다.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무엇이 되고 싶냐는 물음이 없이도

언제나 꿈,에 대해 이야기 하며
반짝이기도, 그렁하기도 했던 언니를

나는 왜 잊고 있었나.

불쑥, 눈물이 고여 오늘 출근길엔

마스카라를 생략해야만 했다.


몇 번이고 돌아보게 만들던 이부자리.

그 열망에 대한 질투, 가시지 않는 오전






의 대화



"언니, 꿈을 꾸지 않는 사람도 있대."


"정말? 나는 거의 매일 꿈을 꾸는 것 같은데
정말 피곤해서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을 뿐이지."


"나도 그런데, 꿈을 꾸면 제대로 잠을 자는게 아니래.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매일 피곤한가봐."






언제부터였다고 기억해내지 못할

그 언젠가부터 우리는 꿈을 나눴다.


우리의 의도 없이도 꿈은 각자를 주인공으로 앞세워 끝없는 지하세계로 내리꽂히게도 만들었고 달콤한 로맨스를 이뤄주기도 했다.

그 이야기들은 내게 펜을 들 이유 하나씩을 보태가기도 했고 두 손 모아, 지난 새벽을

위로받고자 하게 했고 하루를 기대하게도 만들었지만 온종일 경계태세로 만들어버리기도 했다.






매일 꿈을 꾸는데



"언니, 꿈이 없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애."


"응, 그런 것 같애. 이루기도 힘들지만
찾는 것도 쉽지 않은 것 같고."


"맞아, 나도 사실 어릴 적에 안가져본 꿈이 없을 정도로 바뀌었지. 꿈 찾는 것 쉽지 않더라."


"나는 하나 였는데. 언제나"








우리는 교복을 입기 시작하면서
그리고 벗고나서도 환한 길을 걸으면서도
그늘만 찾게 되던 날에도
언제나 꿈(vision)을 이야기 했다.


언니의 꿈은 여러 삶을 사는 것.
여러 목소리를 내는 것.
무대 위에서 혹은 화면 안에 담겨
주어진 삶을 완벽히 살아내는 것.


지금의 내 꿈은 세상을 그리고 그 위에 올려보낼 인물들을 쓰고 그들을 괴롭히기도 위로하기도 하는 것이지만 많은 이들이 그러하듯이 나 역시 여러 경로를 바꿔나가다 지금에 정착하게 되었다.


그런데 정말, 언니의 꿈은 언제나 하나였다.



"나, 배우가 되고 싶어"


이제와, 이렇게 이야기하지만 나는 그 꿈이 반갑지 않았다. 자그마한 몸짓으로 거센 파도를 타겠다는 것 같았다.


가볍게 날아오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그을리고 허우적되게 된다면 어찌할까 하는 마음이 앞섰다.


시간이 흐르면서 내 앞에 주어진 과제들이
나를 괴롭히기 시작할 때 곧기만을 바랬던, 언니 앞의 길들 역시 구부러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내가 택한 길이니까

나는 끝까지 하고 싶어, 그렇게 할거야"

작은 입을 앙다문 언니를 보며 우리 역시 믿기로 했다. 아니, 믿어졌다.


그리고 나는 펜을 들었다.





마침내 네 길이 될 것이다


작은 결정에도 수십개의 고민으로 흔들리지만, 언니의 꿈은 단 하나였다.



가랑비메이커 <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말한 들> 69p



그 굳은 걸음을 보며, 나 역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3분을 간격으로 태어난 언니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앞만 보면서 그렇게 왔던 나.




그렇게 걷다보니, 내 걸음만을 지켜볼 뿐ㅡ

지나온 시간 그 곁의 시선과,

함께 고르던 숨들은 까맣게 잊은 채,

혼자만의 걸음인냥 지내오던 날들.


어김 없이 바삐 찾아온 아침 그리고 출근 준비를 하던 내게 들려온 언니의 잠꼬대, 순수한 열망.


그 선명한 문장이 나를

뒤흔들어 버린 것이다.


캄캄한 세계 속, 꿈을 꾸면서도 꿈을 이뤄나가는 걸음을 떼는 그녀를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캄캄한 세계, 고요한 시간 속에서도 '배우'라는 꿈 하나를 움켜쥐고 달리는 그녀는 어쩌면 내게 3분을 앞섰을 뿐이 아닐 것이라고.


나는 평생의 걸음을 그녀의 뒤를 밟아내며
그렇게 배워나가야 할 것이라고 믿는다.









꿈을 꾸는 이들,에게



/때로는 네가 가진 무게 보다도, 크게 기울 때가 있다. 그빛이 네게 닿을 때, 적정한 기울기와 맞을 때 네가 가진 몸짓보다도 큰 그림자를 만들어낼 것이고 그것이 우리의 생각보다도 더 큰 것들을 품어낼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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