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 당신에게 가랑비가 내리기를
지극히 가랑 비적인 열일곱 번째 이야기
<여름밤, 당신에게 편지할래요.>
가랑비메이커라는 이름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지 어느덧 8년. 그 이름으로 방문을 나선지 3년을 넘어서고 있는 지금. 언제부턴가 내게는 얼굴 모르는 이들의 이야기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이메일을 너머, 편지함으로. 그리고 나의 작은 방으로. 내가 홀로 숨죽여, 글을 쓰던 그 작은 공간으로 모여드는 서로 다른 모양과 향을 담은 편지들이 이제는 나를 일으켜 세우고 안아주고 있다.
처음, 가랑비라는 이름으로 편지를 주고 받기 시작했던 것은 2년 전으로 기억한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 내가 쏟아내는 글들을 가만히 바라봐주고 깊은 이야기들을 꺼내어주던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컸고 그 이야기들을 가만히 인스타그램 메세지, 댓글로 흘려보내는 것이 아쉬웠다. 때문에 처음 깊은 소통을 위해 시작했던 것이 소통만을 위한 이메일을 만드는 일이었다.
imyourgarangv@naver.com 이메일 계정을 만들어 놓자,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를 찾아왔다. 다양한 목소리로 전해주는 각자의 삶의 조각들은 나로 하여금 공간에 대한 책임감을 갖게 했고 찾아오는 이들에게서 느끼는 애정을 더욱 두텁게 해줬다. 브라질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아기 엄마, 30대에 회사를 관두고 카페를 운영 중이라는 청년과 유학생활에 지쳐 있던 고등학생 등. 서로 다른 사람들이 전해주는 그들만의 고민이었지만 놀랍게도 내가 가지고 있는, 내가 지나온 어떤 조각 혹은 순간과 닮아 있는 것들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언젠가 이메일을 너머, 손으로 눌러쓴 마음을 그들에게 전하기로. 그들이 용기내어 두드린 문을 활짝 열어두고 조금 더 다정히 이야기들을 들어주기로.
그 결심은 2014년 가을을 시작으로, 2015년 3월 봄으로 이어졌다. 가을에 처음으로 편지를 보냈던 그날의 감정들은 아직도 생생했다. 하고 싶었으나 들어주는 이가 없었던 이야기를 하얀 종이 위에 남기는 일을 참으로 행복했다. 내가 보내는 편지이벤트는 모든 것이 랜덤이었다. 받는 이, 쓰여진 내용들 모두가 미리 정해진 것은 없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습관에 대해 남겨둔 편지가 있었고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처음 보게 된 순간에 대해 남긴 편지도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 이루고 싶은 꿈에 대해 전한 편지도 있었다.
그리고 그 편지들은 추첨을 통해 보내졌지만 어느 누가 어떤 내용을 받게 될지는 나 역시 알 수 없었다. 편지를 담은 봉투에 주소와 이름을 적는 일은 우체국에서. 역시 순서를 따로 정해두지 않은 채로 보내졌다.
같은 방식대로 진행되었지만 작년 봄에 했던 편지 이벤트는 조금 더 넓게 진행되었다. 전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고 더 멀리 닿았으면 하는 마음에 전국은 물론 중국, 독일, 일본과 미국에 있는 독자분들에게도 편지를 보냈다. 그리고 한가지 미션이 더해졌다. 가랑비의 편지와 함께 보내진 (직접 만든)책받침을 당신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삶의 한 구석에 스며들기를 바라며. 사진 한 장을 남겨달라는 것.
봄의 편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려 그들에게 닿을 수 있었지만 모두가 자신의 소중한 공간에 가랑비의 문장이 내릴 수 있도록 미션을 수행해주었다. 자신이 근무하는 초등학교 교실에서 사진을 보내주셨던 선생님과 자신의 작업실에서 보내준 작가 등 다양한 곳에서 보내온 사진들에 가랑비를 아껴주는 커다란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소식들이 전해져왔다. 편지를 보내며 남겼던 주소로, 많은 편지가 도착한 것이었다. 기별도 없이 찾아오는 편지들은 정말 놀라운 타이밍으로 지쳐있는 나를 일으켜세워주었다.
이전의 편지들도 그랬지만, 작년에 느린 우체통으로 보내졌던 편지가 도착한 것은 두 번째 책을 준비하면서 여러모로 지쳐있던 며칠 전이었다. 그날도 늦은 밤까지 작업을 하고 돌아왔었고 잠에 들기 직전이었다. 갑자기 방에 들어온 아빠가 전해주시던 엽서 한 장. 가랑비라는 이름보다도 본명이 익숙할 친구에게서 듣는 그 응원은 기막힌 타이밍으로 나를 울렸고 다시금, 편지를 써야겠단 마음을 불러주었다.
그럼에도 잦아지는 늦은 귀가에, 결심과 실행이 점점 멀어지려던 차 작년에도 편지를 보내오던 숙현씨에게서 연락이 왔다. 매해 감사한 인연들에게 편지를 쓰는데 올해도 편지를 보내고 싶다는 이야기. 그 말에 더는 받은 마음에 대한 보답을 미루지 않아야겠단 생각이 들었고 지금 이렇게 나로 하여금 키보드를 두드리게 만들었다.
누군가는 내게 매해 편지를 쓰는 것이 귀찮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럴 때면 나는 답한다. "귀찮기는커녕 들어줄 귀가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요. 나도 가끔은 조용히 누군가에게만 쏟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어요."
작년, 마포 생명의 다리를 홀로 다녀왔던 나는 씁쓸함에 메모지 몇 장을 꺼내지 않을 수 없었다. 반짝거리는 조명 위에 새겨진 문장들은 마음을 달래기는커녕 외로움을 더하는 것만 같았다. 누군가 정말 절망의 끝에 그곳을 찾았을 때 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생각했을 때 글쎄, 다른 것보다도 귀가 아닐까. 그 절망을 쏟아낼 귀. 그저 가만히 들어주는 귀.
그래서 몇 장의 메모를 남겼고 놀랍게도 일주일간 5통의 메일이 도착했다. 그들이 그저 심심풀이로 보내온 메일이었든, 정말 마지막의 심정으로 보내온 메일이었든. 참 고맙고 놀라웠다.
그들의 이야기에 답을 하면서도 가슴 한 켠에서는 내 역시 귀가 필요해,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갈증은 편지를 쓰면서 해소될 수 있었다.
이번에도 가랑비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들을 찾아요. 두서 없이, 정해진 이야기 없이 보내질 편지를 쓰려고 해요.
편지이벤트는 브런치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지해요. imyourgarang@naver.com로 당신의 이야기, 당신의 삶 어느 조각이든 좋아요. 당신의 귀가 되어줄 가랑비에게 당신을 나눠주세요.
그러면 나 역시 당신에게
나를 이야기할 거예요.
<여름 밤, 당신에게 편지할래요.>
기간 : ~ 2016/08/06
인원 : 5명
미션 : 편지로 공지될 예정
당신의 인디, 가랑비
imyourgarang@naver.com
instagram/@garangbimaker
당신을 통해, 나를 보았으니
우리는 닮은 구석 하나 없이도
거울이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