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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랑비메이커 May 04. 2017

여섯 계절의 장면이 당신께 닿기까지.

2년 만의 신간, 가랑비 장면집 <언젠가 머물렀고 놓쳐버린>


지극히 가랑비적인 스물 두 번째 이야기

<여섯 계절의 장면이 당신께 닿기까지>



빗물이 바다가 되어

파도를 데려올 수 있다면

가랑비메이커 장면집 <머물렀고 어느틈에 놓쳐버린> 텀블벅 D-14



내 삶이란 영화에 나레이션이 얹어진다면 지금 이 순간은 어떤 문장이 되어 당신에게 읽힐 수 있을까. 조금은 담담했으면 좋겠는데 그래도 그 누군가에겐 빗물이 되고 바다가 되어 파도를 데려올 수 있다면.


가랑비메이커, 어떤 문장  
<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말한 들> 118-119p



2015년 가을, 첫 단상집을 떨치고 나서 다시 언제나처럼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작은 틈을 사이 둔 일이었다. 순간의 기록물이라고 할 수 있는 단상집의 맨 마지막에 실린 '어떤 문장'이라는 페이지를 덮고 나서, 장면집이라고 이름하기로 했다. 감히 쉽지 않을 거라 예상했고 정말 쉽지 않았던 여섯 계절의 기록들을 묶을 하나의 집을.







낡은 일기장,

내 이야기를 들려줄게



장면집 습작 페이지들과 장면집


결론부터 이야기를 한다면, 장면집을 써내려가며 나는 여섯 번의 계절을 지나야 했다. 2015년 늦가을, 겨울 그리고 2016 겨울, 봄, 여름, 가을 다시 겨울.  (그 기록들을 한데 모으고 헤쳐내는 작업은 2017년의 봄까지 이어졌으나.)



어쩌면 내게 글이라는 것은 가슴 속에 만들어 놓은 작은 방과 같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 방이 언제나 어둡고 축축했으므로 누구도 들어오고 싶어하지 않을 줄로만 알았다. 그 비좁은 공간은 조금도 자라지 못한 채 언제까지나 나 하나로만 가득할 줄로, 그렇게 알았다.                         

-2015 10월 가랑비 단상집 에필로그 중




그토록 오랜 시간이 걸렸던 이유는 조금 더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순간의 감정을 기록한 단상집을 내놓으면서도 나는 나를 들켜버리면 어쩌지, 나를 모조리 읽혀 버리고 난 뒤엔 누구도 내 곁에 남아있지 않는다면 그것보다도 더 큰 비극은 없으리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첫 집을 통해 나를 들여다 본 사람들은 떠나기는커녕 내 곁에서 나를 읽고 또 읽어주고 보듬어주기도 하며 곁에 물을 내려, 새싹을 키워냈고 나는 그것들을 잘 가꿔 하나의 꽃을 피우기도 했고 형형색색의 열매들을 맺기도 했다. 그 겨를에 나는 조금 더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장면집 <언젠가 머물렀고 어느 틈에 놓쳐버린> 뒷 표지 일부



언제나 내 글의 시작은 낡은 일기장 앞이었다. 웃음소리 보다는 어린 날의 한숨이 가득했음에도 드문드문 써내려가던 문장들을 소리 내어 읽어볼 때면, 언제나 그날의 장면들이 마치 하나의 나레이션이 되어 내 삶의 어느 한 순간들로 안내하는 것만 같았다. 그럴 때면 구질하고 혹은 찔찔 눈물 흘리던 그 모든 순간들에게서 어떤 슬픔이나 아픔도 없이 그저 다정한 마음만이 남겨지곤 했었다.



돌아보면 언제나 긴 여운을
남기는 것들은 언제 어디서든
만나고 헤어질 수 있다고 믿었던
사소한 얼굴들이었고
낮고 고요한 공간들.



누구에게나 일기장은, 내 이야기는 조금은 부끄럽고 아련하고 쓸쓸한 계절로 남겨져 있을 거다. 그럼에도 그 언젠가는 괜히 그리워져 먼지 쌓인 페이지들을 들춰보고 싶을 거고. 기억해낼 것도 없음에도 잊고 싶지 않은 것들의 기록. 그런 장면들은 언제나 마음이 쓰이기 마련이다. 나 역시 그런 장면들에게 쉽게 마음을 접을 수도 눈을 뗄 수 없어, 이야기를 시작하기로 했다.


나의 일기장이 되고 당신의 일기장이 될

페이지들을.







삶이란 영화도

결국, 사소한 장면들의 연속



장면집 <언젠가 머물렀고 어느 틈에 놓쳐버린> 페이지


서로 다른 영화 속 짧은 장면들을 스케치하듯 모아둔 영상들을 떠올려보면 어떨까. 주인공의 얼굴을 시시각각 바뀌고 누군가를 내쳤다가 붙잡는 손길은 일관성이 없을 테고 웃었다가 울어버리고 무표정했다가 화들짝 놀라는 그들의 얼굴에게서 어떠한 동질감도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

물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들의 나이와 지위, 외관과는 관계없이 조금씩 그들에게서 자신의 조각들을 발견하기 시작할 것이고 언제부턴가는 그들과 함께 웃고 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가랑비메이커 텀블벅 소개 페이지 중.



나의 첫 집 단상집 <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말한 들> 이 지금, 여기라는 순간의 감정들에 대한 기록이라면 장면집은 말 그대로 장면들의 집합이다. 서로 다른 누군가들의 삶을 지나는 장면이 될 수도 있고 결국, 한 사람의 삶을 관통하는 장면들일 수도 있다.


그 장면들은 우리가 캄캄한 극장에서 마주하는 장면들과는 달리 조금은 심심하고 사소한 것처럼 느껴질지 모른다. 그러나 영화도 결국, 숱한 장면을 타고 흘러 하나의 서사를 완성하듯이 우리의 삶도 결국, 숱한 장면들의 연속이며 그 모든 의미들은 캄캄한 장 안에 불이 켜지고 하나둘 자리를 뜰 때, 가슴 속에 멈추지 않는 진동으로 다가올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만나고 헤어질 수 있다, 믿었던 평범한 얼굴들과 낮고 고요한 공간들이 담긴 장면들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를 더해나갈지. 나는 잠잠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여섯 계절을 채워냈다.






시행착오,

시행의 모든 만족


장면집과 가랑비 굿즈 작업장.


망설이듯 뱉는 고백이지만, 단상집 이후 장면집을 작업하는 가운데 나는 작년 4월즈음 기성출판 제의를 받았고 그후로 장면집을 대형서점에서도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와 다시 잠잠히 마음을 가라 앉으려는 다짐이 마음 속 한 가운데에서 기분 좋은 실랑이를 해댔다.


사진과 함께 글을 작업하고자 방향을 선회하면서 조금 더 긴 시간 걸렸고 12월의 끝에서 탈고를 외쳤지만 (그후 숱한 수정 작업이 이어졌다.) 그즈음,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기성출간이 어려워졌다. 마음이 힘들었다. 그건 대형서점에서 긴 계절의 장면들을 마주할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이전과 다른 마음으로 원고지를 바라보던 나를 향한, 낯선 감정들이 뒤덤벅 되어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다시 마음을 다잡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다. 한결 같이 내 문장들을 기다리는 사람들과 거짓말 같은 타이밍으로 나를 찾아오던 위로들이 있었기에 나는 다시 기도하듯 페이지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감사해요. 모든 독자분들.





가랑비메이커 첫 명함

 

다시, 독립출판으로 책을 준비해나가며 나는 보다 많은 시행을 해낼 수 있었다. <문장과 장면들> 이라는 공간을 내후년 쯤으로 보며 하나둘 준비를 해나가고 있기에 (등록 전이나) 출판사 명을 정하고 명함을 만드는 일은 긴 작업 기간 늘어져 있던 내게 활력과 동시에 책임을 주었고




가랑비메이커 장면집 화이트에디션 / 블랙


표지와 더불어 모든 페이지 작업을 직접 인디자인 프로그램을 통하여 해나가면서 시행착오를 숱하게 지났음에도 결국에는 무언가 새롭게 해낼 수 있다는 마음과 다음 책에 대한 작업에 대한 기획까지 해나갈 수 있었다. 모든 것은 결국, 될대로 인도 되어간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끼며 감사할 수 있던 시간들이었다.





가랑비장면집 텀블벅 후원자들을 위한 굿즈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감사했던 시행은, 텀블벅을 통한 후원프로젝트였다. SNS를 통해 많은 것들을 나누고 소통해가고 있지만 책의 제작과정과 더불어 펀딩에 다양한 사람들의 도움과 응원을 받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늘 언젠가는 텀블벅을 통해, 내 준비점과 시작점 사이에 많은 힘을 얻고 가고 싶단 생각을 해왔으나 용기가 없었고 리워드 제품들에 대한 제작에 대한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 장면집 작업을 하며 예상하지 못한 상황들을 만나고나니 시행착오, 아닌 숱한 시행들을 해나갈 수 있었고 거짓말처럼 순조로운 시간들을 보내게 되었다.


앞으로 그 어떤 기회가 다가오고 다시 내게서 멀어져 갈 수 있다한들 내게는 지금, 이 순간의 기억들이 넘어지지 않도록 힘이 되어주리란 걸 믿는다.




 





안녕하세요. 가랑비메이커입니다.

장면집 작업으로 브런치에

정말 오랜만에 글을 써요.


이렇게 다시 만나니 너무나 반가워요.

얼마나, 다시 마주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네요.


꾸준히 단상집과 블로그, 브런치,

인스타그램을 통해 제 문장과 삶을

들여다 봐줘서 고마워요.


이제 새롭게 만나게 될 장면집에 대한

펀딩, 텀블벅이 2주를 남기고 마감이 될

예정이에요.


(텀블벅을 통해 예약판매를 진행하며, 화이트 에디션 및 머그잔 등 가랑비굿즈는 텀블벅에서만 만날 수 있을 예정이에요. )



https://www.tumblbug.com/garangbimaker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과 후원해주실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언제까지나 기도하는 마음으로

펜을 들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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