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빙보이인뉴욕> 서늘한 가을의 도시, 뉴욕

뜨거운 여름이 가고 찾아온 서늘한 가을, 얽히고 섥힌 우연들.

by 가랑비메이커

가랑비메이커 매거진 [책장과 극장 사이]

#movie 9. <리빙보이인뉴욕> *브런치무비패스


*매거진의 모든 감상은 가랑비메이커의 개인적인 견해와 분석에 따른 것임으로 불법 복사를 금합니다.




리빙보이 인 뉴욕 (2017)

The Only Living Boy in New York

줄거리 뉴욕에 사는 토마스. 작가가 되고 싶지만 기회는 오지 않고 짝사랑하는 미미와는 좋은 친구 사이일 뿐이다.

매일매일이 반복되던 어느 날, 우연히 마주친 아버지와 낯선 여자 그리고 수상하게 친근한 이웃 제랄드까지. 토마스에게도 누구보다 특별한 날들이 시작되는데...

<500일의 썸머> 마크웹 감독





뜨거운 여름이 가고

남은 서늘한 가을의 도시 뉴욕



짙은 갈색 곱슬머리에 갈색 뿔테 안경, 뉴욕에 사는 토마스. 평균 걸음 속도가 다른 곳보다 훨씬 빠르다는 뉴욕이라는 도시에 홀로 생각에 잠긴 채 느린 걸음을 떼는 그는, 작가가 되고 싶은 꿈도 마음에 드는 여자와의 연애도 무엇 하나 쉬운 일이 없다. 불안정한 어머니와 성공한 아버지, 자신이 아닌 다른 관계 속에 매여 제대로 자신을 들여다 본 적 없는 토마스는 "저는 아주 평범해요." 라는 문장으로 자신을 설명한다.






네 삶이 지루하다고?
넌 아주 짜릿한 걸 찾게 될 거야.



첫 눈에 토마스 상태를 진단한 낯선 이웃, 제랄드. 우연한 대화에서 알 수 없는 위로와 의지를 느낀 토마스와 그의 우정은 점점 깊어져 간다. 토마스를 둘러싼 여러 관계와 갈등 뿐만 아니라 글을 쓰며 살기를 원했던 그의 열망까지도 제랄드는 쉽게 지나쳐버리지 않는다.


우연히 시작된 관계들의 시작으로 인해, 뜨거운 여름이 가고 찾아온 서늘한 가을 속에서 토마스는 자신 내면을 돌아보기 시작하고 복잡하게 얽히고 섥혀버린 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뉴욕이란 도시를

사는 사람들


<리빙보이 인 뉴욕> 에는 다양한 모습의 뉴요커가 등장한다


주어진 기회를 절대 놓치는 법이 없는 성공한 출판 사업가 이단, 화려하고 안정된 삶 뒤 불안정한 그늘이 드리워진 주디스, 순간의 감정을 거스르지 않는 조한나, 사랑은 일생에 단 한번이었다는 제랄드, 이 도시와는 어울리지 않는 토마스를 믿는 미미.


영화 <리빙보이 인 뉴욕> 에는 다양한 유형의 뉴요커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삶에 대한 변명을 하며 살아간다. 무표정한 모습으로 거리를 거닐고 온화한 미소로 사람들을 마주하고 있지만 뉴욕이란 도시의 불빛처럼 그 이면에는 그 누구도 쉽게 헤아려볼 수 없을 무게가 내려 앉아 있다.


영화는 우연이라는 이름들로 복잡한 상황 속에 놓인 인물들의 관계를 더욱 어지럽히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내면 속 무의식의 열망 혹은 그리움들을 깨어낸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어리숙한 소년의 모습을 간직하던 토마스가 조금씩 제 삶에 집중해나가는 모습은 담는다.




뉴욕에 사는 그 소년

누구인가



영화 <리빙보이 인 뉴욕> 에는 뉴욕에 사는 세명의 남자 토마스, 이단, 제랄드가 등장한다. 영화의 시선은 모두 토마스를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뉴욕에 사는 그 소년이라는 타이틀이 오직 그에게만 해당될까.


워커홀릭으로 출판 업계 성공한 사업가가 되었지만, 알게 모르게 거리를 두는 아내와 아들의 끈끈한 유대에 외로움을 느끼는 이단. 술과 담배 그리고 낡은 아파트 이웃이 된 토마스와의 대화가 삶의 전부로 남겨진 제랄드. 이 외롭고 쓸쓸한 가을을 지나는 남자들에게 <(디 온리) 리빙보이 인 뉴욕> 라는 이름은 공유되어야만 할 것 같다.


영화는 토마스와 그를 둘러싼 다른 남자들의 삶을 통해 서늘한 도시를 사는 남자의 다양한 모습을 비친다. 그리고 그들의 관계가 우연이라는 이름과 필연이라는 숙명으로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보여주며 깊은 공감과 감정을 끌어낸다.





썸머와 가을 사이의 온도차

<500일의 썸머> 그리고



마크웹 감독의 <500일의 썸머>를 인상 깊게 봤던 관객이라면 "썸머가 떠났다" 라는 커버 문구를 보며 비슷한 로맨스를 상상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문장에서의 썸머가 단순한 계절인지, 썸머 같은 여자까지 봐야하는지는 각자의 몫이다.


영화 <리빙보이 인 뉴욕>을 개봉 전 관람한 프리뷰어로서 약간의 힌트를 준다면 이 영화는 <500일의 썸머>와는 분명한 온도차가 있는 영화이다. <500일의 썸머>가 톰과 썸머의 만남 그리고 이별까지의 시간, 그 둘의 관계에 집중되어 있는 것에 반해 <리빙보이 인 뉴욕>은 토마스가 만나게 되는 미미, 조한나 라는 여자와의 관계 뿐만 아니라 더욱 다양하고 인상적으로 그려지는 인물들과의 관계를 그리고 있다.


따라서 보다 다양한 플롯이 있으며 그 가운데 복잡한 심리를 그리고 있다. 또한 영화 속 인물들의 감정 역시 뜨거운 여름처럼 격정적이던 <500일의 썸머>와는 달리 조금 더 차분하고 절제되어 그려지고 있다.



마크웹 감독의 <500일의 썸머> (2009)


그럼에도 <리빙보이 인 뉴욕>을 보며 <500일의 썸머>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는데, 우선 극 중 주인공 토마스가 썸머에 매여 있던 톰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외적으로도 비슷한 배우들이지만 극중 그려지는 캐릭터가 유사하다. 건축가 라는 꿈을 안고서 엽서 디자인을 하던 톰과 작가 라는 꿈을 가슴 속으로만 품고 있던 토마스. 당당하고 매력적인 모습의 썸머에게 쩔쩔매며 끌리던 톰과 섹시하고 도도한 조한나에게 빠지게 되는 토마스. (이 둘은 이름조차 비슷하다.) 이런 토마스를 보며 톰을 떠올릴 수밖에 없던 건 나뿐만이 아닐 거다. 그로 인해 9년 만에 만나게 된 마크웹 감독의 새 로맨스 속 낯선 주인공에게 더욱 친근하게 몰입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인물 뿐만 아니라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OST와 거리의 신 몇몇은 <500일의 썸머>를 좋아하던 관객이라면 충분히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을 거다. 뿐만 아니라 영화가 시작되던 첫 순간, 익숙하게 흘러나오던 인물에 대한 설명적 나레이션 역시 <500일의 썸머>에서의 진행방식과 비슷하여 반가움마저 느낄 수 있을 거다.


다시 말해, 영화 <리빙보이 인 뉴욕> 이 풀어가는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은 이전보다 조금 더 풍성해지고 깊어진 반면, 인물과 영화의 표현은 익숙하게 흘러간다. 마크웹 감독의 <500일의 썸머>의 러브스토리만을 기대했다면 보다 넓게 진행되는 이야기에 조금은 당황할지도 모르나 이내 깊어진 공감과 감정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올 가을, 서늘한 공기 가운데 보다 다정한 시선으로 어리숙하던 한 남자가 사랑, 그리고 보다 깊은 내면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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