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하루'가 있기까지

당신의 하루가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선들 그리고 손길들이 있었는지

by 가랑비메이커

가랑비메이커 매거진

[지극히 가랑비적인 이야기]

#sroty 4

<내 하루가 있기까지>


*매거진의 이야기는 가랑비메이커의 개인적 삶에 따른 것임으로 불법 복사를 금합니다.




혹시 당신은
당신의 하루가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선들과 손길들이 있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없었다, 내게는. 어제 '내 하루의 끝'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런데 그 하루의 끝에서 마주한 얼굴들이 제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나를 울렸던 얼굴들


"네가 견뎌온 하루, 이 마지막의 순간을 위해 우리는 너를 바라봤고 너를 향해 마음을 뻗었으며

지금 이 순간 그렁그렁한 네 두 눈을 보기까지, 우리는 두근거림으로 그 시간들을 기다렸어.




오늘 밤은 어제 밤, 내가 마주했던 시선들과

그리고 내게 닿았던 손길도


집을 나설 때와 다르게

새롭게 기록되던 하루를 다시 한 번 밟아보려 한다.


유난히도 춥던 시월의 마지막 밤과 11월의 첫 새벽

유난히도 추웠다. 그 새벽은-

계획했던 일은 예기치 못한 방향에서 예상치 못한 시간들을 묶어두었고 몹시도 들떠있던 나는,

그안에서 급작스럽게 떨어진 기온 때문인지

다른 방안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는지

파랗게 질려버린 채로 그토록 기다렸던

시월의 마지막과 서둘러 헤어졌고

그렇게 마주했던 11월의 첫 인상은 차갑기만 했다.

-

사소한 문제(첫 출판에 관련하여)였지만

기다림의 시간들이 컸고 그만큼 기대했던 부분들이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는 생각에,


11월의 첫 출근과 퇴근 사이에서

아무런 표정도 찾을 수 없었다.


그런 상황 가운데 퇴근 이후 약속 되어 있던

만남에도 떳떳하지 못한 마음이 들었다.

(내 문제들이 작업을 도와줬던 정민이에게도

분명 어느 정도 타격이 있으리라 짐작했기에-)


출판 기념으로 정민이에게서 받은 작은 엽서와 케이크

무거운 마음을 안고 만났던 이에게서 작은 케이크를 건네 받고서는 눈물이 핑, 돌았다.


마음을 쓰고 있던 나를 어설프게 격려하던 그 모습에 온종일 얼어붙어, 표정을 찾을 수 없던

나는 처음으로 웃을 수 있었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집에 돌아가자,

평소와 다르게 들뜬 분위기가 느껴졌다.

-

사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저녁상을 차리고 기다리고 있다'라는 말이

반갑기 보다는 조금 귀찮게 느껴졌었다.

-

그럼에도 현관을 열자, 들리는 왔니? 라는 소리에

다시 한 번 울컥하고 치밀어 오르는것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정육점에서 사다, 내가 도착할 시간에 맞춰 구워지던 고기가 내 하루를 감싸 안았다.


가족이라는 이름이 지니는 신비한 힘이라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라고 다시 한 번 속으로

되새겨봤던 저녁이었다.

-

성대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어쩌면 너무나 평범한 삼겹살이 있는 저녁상,

그것이 그 어떤 말로도, 선물로도 위로되지 않을

마음들을 안아주고도 남을 만큼 따스했다는 것.


따스한 말 마디들 보다는 툭툭, 가볍게 던지는 농담

그리고 어색하게 짓던 웃음들에 눈물이 난다라는 것. 그것은 내 하루의 큰 의미가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문 밖을 나서면서 어서 지나가버리기를 바랐던

오늘이, 조금만 더 더디게 흐르기를 바라게 된

이유에 이유를 더한 것은 언니었다.


언니가 만든 가랑비 출판기념 케이크와 꽃 다발

언니는 며칠 전부터 준비했는데 시간에 밀려

이제서야 했다며 아쉬워했지만

나에게는 이보다도 완벽한 타이밍이 있을까


따스한 곳에서 내리는 한 줄기 햇살은 새로운 의미를 갖지 못하지만 냉랭한 공기 속에서 주어진 한 줌의 따스함은 우리에게 그 이상의 무엇을 심어준다.


나는 어제 그 무엇을 심었을 수 있었다.



덧) 여기서 끝내기엔 내 하루가 있기까지의 손길들 되밟아가기(언니의 걸음들-)



내 출간을 축하하기 위한

가랑비 레인보우 케이크의 탄생 과정

나를 생각하며 흐믓했다고 한다.

마지막, 내가 좋아하는 꽃병을 채워준 꽃이

내게 오기까지의 걸음.





하루가 채 무르익기도 전에

우리는 그 하루를 '지쳤다 혹은 망했다'라며

그저 흘려보내곤 한다.


사실, 나선 문을 열고 다시 들어서기까지도

내 하루가 어떤 색으로

어떤 향기로 기억될지 모를 일인데도 말이다.

-

부디, 오늘 하루는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보기를.
당신의 하루 끝에 놓일 기적 같은 선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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