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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Oct 29. 2020

안나푸르나에 가는 거


안나푸르나에 가는 거   /  그림모든   


 구릿빛 얼굴이 햇살에 금이 가는 거 잎담배를 빨면서 돌밭을 서성거리는 거 녹슨 의자에 녹슨 의자처럼 앉는 거 망연해지는 거 달리 그것밖에 하릴없는 거 허기가 태산 같이 들어차도 자리를 뜨지 않는 거 땟국 묻은 셔츠 펄럭거리며 하루에도 몇 백 살 나이는 먹는 거 그러려고 태어났던 거 돌밭 고사목과 독대하면서 발바닥이 땅의 느낌을 잃어버리는 거 백태 낀 눈으로 오백만 살 먹은 설산을 바라보는 거 답변 같은 질문이 하루에도 몇 백 번 눈발로 날아오는 거 구리 동냥 그릇에 구리동전 구르듯 살았구나. 작대기 짚고 눈물이 눈발이 되어 설산으로 날아가는 거 그것 보려고 태어났던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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