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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Oct 29. 2020

굴절


 

 굴절 / 그림모든



 겪었으나 빗금이 된 너를, 삼각형으로 기다렸으나 가시관으로 울어버린 너를, 새의 둥지처럼 웅크렸으나 나무의 맥박으로 뛰고 있던 너를, 종교처럼 기다렸으나 종교처럼 떠나버린 너를, 잡음을 꽃무늬로 알았으나 내 잡음을 곁가지로 흔드는 너를, 바라보았으나 이미 흘러간 너를, 충돌했으나 이미 통과해버린 너를, 경로를 찾았으나 경로 밖에서 끈적거리는 너를, 칼금 맞은 흔적으로 너를 기록했으나 군데군데 누수되는 너를, 점액질로 껴안았으나 내 가위눌림을 파충류의 감각으로 들이마시는 너를, 흘러들었으나 기한이 끝난 겨울나무인 너를, 들리게 되고 흔들리게 되었으나 겪어버린 경로가 된 너를, 흡입하였으나 옷깃 스친 감각이 된 너를, 정물로 그렸으나 히스테리로 분화한 너를, 어떻게 겪었다 할까 굴절이여, 여러 번 뒤틀어서 너는 나비가 되고 나의 여분이 되고, 어떻게 겪었다 할까 굴절이여! 축제로 겪었으나 귀퉁이로 서성거린 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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