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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Oct 30. 2020

고요한 날

  




 고요한 날 / 그림모든


 다짜고짜 멱살 잡혀 끌려가고 싶은 날입니다. 무인도에 끌려가서  박해받으면서 아파요! 아파요! 질질 짜고 싹싹 빌고 싶은 날입니다. 이런 박해는 전에도 받았으니 다른 박해를 주세요! 외치고 싶은 날입니다. 벽지에 가서 토굴을 파고 종교를 창시하고 싶은 날입니다. 수은으로 얼굴을 도금하고 서로의 혀를 적시며 환각으로 휘발되기 좋은 날입니다. 고요하고 고요해서  참수당할 꽃이  참수당할 꽃을 낳는 날입니다. 집 안의 개가 집 나갔다 돌아온 개를 물어뜯는 날입니다. 물 점을 본 새가 물속으로 자살을 감행하는 점괘의 날입니다. 구둣발에 농짝 으스러지듯 옆구리를 내어주고 날입니다. 누가 치지도 않았는데 픽픽 쓰러지면서 두 손 합장하며 빌고 싶은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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