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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Oct 30. 2020

갈탄 난로를 끼고 산 겨울



갈탄 난로를 끼고 산 겨울 / 그림모든



 갈탄 난로를 끼고 산 겨울 산문시를 산더미로 쌓아 놓고 읽었다 읽으면서 난로 속에 산더미의 거짓말 덩어리들을 불태워버렸다. 

    

 식을 기미가 없는 밤의 난로 곁에서, 갈탄 난로 곁에서 결핵을 앓았던 자들을, 갈탄 난로 곁에서 소설을 망친 자들을, 갈탄 난로 곁에서 미완의 시와 혁명에 홀린 자들을 생각했다.

     

 어느 날은 일산화 중독이 그립고 중독의 힘으로 시를 쓰고 아무에게나 연애 걸고 시국에 시비 붙고 싶었다. 

    

 그리운 것도 괴로운 것도 절실한 것도, 연애가 오고 충고가 와도 불구의 언어로 절뚝거리는 시인들이 난로를 쬐고 환한 손바닥을 하고 가도 모두가 흐리마리 했다.  

   

갈탄 난로를 끼고 산 겨울 벌겋게 달아오른 산문시 한 편을 껴안고 싶어 가슴께에 석탄 덩이를 퍼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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