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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Oct 31. 2020

밥과 욕

   



  식당에서 밥 먹을 때마다. 내 귀는 자꾸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가 쏠린다. 이런 버릇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버릇이라 쉬이 잘 고쳐지지 않는다. 오늘도 두 여자 마주 보고 앉아 밥 먹으면서 그 자리에 없는 한 여자를 ‘씹고’ 있다. 밥 먹으면서 누군가 욕하는 거. 나도 아주 많이 했다. 왜 그럴까. 밥 먹으면 누군가를 욕하는 거. 등뒤의 두 여자도 한 여자를 무참히 짓밟는다. 한 여자가 씹고 나면 또 한 여자 맞장구로 되씹는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대체로 밥 먹을 때, 함께 하지 않은 누군가를 분명히 욕하면서 밥 먹는다. 옷 입은 것부터 시작해서 사소한 일상사까지. 주변의 시선도 아랑곳없이 우리는 그렇게 누군가를 밥 먹으면서 '씹는다'. 나는 등뒤의 두 여자가 말하는 내용이 미운 것이 아니라. 왜 몸에 밥을 떠 넣으면서 욕하는가. 왜 거룩한 식사시간에. 왜 우리는 욕하며 밥 먹는가. 이 시간 누군가가 나를 밥 먹으면서 '씹고' 있다는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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