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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Oct 31. 2020

나비 문신



  그는 이제 한물 갔다. 한량의 시절은 가고 없다. 목욕탕 구석에서 때를 밀고 있는 그의 등에는 나비 문신만이 그의 과거 전력을 보여준다. 화려했던 호기의 시절은 어디로 가고 등의 문신은 쭈글쭈글한 피부 위에서 기형적으로 일그러진다. 몸은 휘어졌고 팔의 움직임도 굼뜨다. 야윈 팔의 근력은 등의 때를 밀기도 힘겹다. 하지만, 아직도 그의 눈에는 과거의 노기와 혈기가 숨어 있다. 무엇을 바라보던 그의 눈은 항상 그렇게 보아왔던 터. 그러나 등의 나비 문신은 그를 어디로 데리고 왔는가. 목욕탕 의자에 쭈그리고 앉아 제 성기에 비누칠을 하고 때 수건으로 문지르며 상체를 수그릴 때, 나비 문신은 순간 얼마나 화려하게 날개를 펴는지. 그 날개는 이제 그만 그의 몸에서 떠나려는 기세다. 화려했던 호시절은 갔으니, 이제 나비 문신도 그의 몸을 떠날 기세. 하지만 늙은 몸은 완강히 나비의 문신을 놓아주질 않는다. 자리를 뜨고 일어나 휘청휘청 걸어갈 때, 나비 문신은 주름진 그의 등에 붙어 뭇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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