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재즈피자

부다페스트에 대한 꿈을 꾸었다.

by 일뤼미나시옹






나는 맨 발이었다. 겨울이었고 폭설이었다. 성당 앞에는 커다란 나무에 붉은 등이 달려 있었다. 여인의 깔깔 거리는 웃음소리 같았다. 빛에서 깔깔 거리는 거슬리는 소리가 났다. 나는 그래도 붉은빛이 따뜻하다는 생각으로 멈춰 있었다. 소년들이 한편에서 등장했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면 저희들끼리 눈 위에서 공을 찼다. 크리스마스 시즌 같은 분위기였다. 노엘, 노엘... 성탄절 노래가 들렸다. 나무들이 눈발을 어깨에 얹고 있었다. 나는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다. 누군진 모르지만 누군가를 기다렸다. 그런 마음이 커다랗게 일어났다. 이름도 없고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기다렸다. 무언가 대답을 들으려고 나는 부다페스트까지 간 것이다.

그 생에 대한 대답을 내가 왜 들으려 했을까. 그는 난생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나를 보자마자 흰 눈 뭉치를 만들어 건넸다. 희고 맑게 웃었다. 눈을 밟아 난 소리가 웃음소리를 덮었다. 나는 그에게 왜 여기까지 나를 불렀습니까 하고 물었다. 그는 나를 따라오라 했다. 나는 그가 뭉쳐 준 눈 뭉치를 손에 쥐고 뒤를 따라갔다. 가는 동안 눈이 녹아서 손에서 뚝뚝 물방울이 떨어졌다. 그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의 걸음 앞에는 바람이 차게 불었지만 우리에게로 바람은 오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나는 그의 뒤에서 봄기운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는 창문이 하나 있는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급히 그 집의 나무문을 열고 들어갔고 나도 이내 따라 들어가려 했는데 몇 발짝 늦은 탓인가. 문이 열리지 않았다. 손안에 눈은 모두 녹아 빈 손이었다. 나는 문을 두들렸다. 두 번. 그러나 답이 없었다. 소리 내 부르지는 않았다. 다시 한번 두드렸다. 답이 없었다. 나는 물러섰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시 눈이 내렸다. 바람이 없는 가운데 내리는 눈. 부다페스트의 눈에게 나는 무언의 답을 들었다.



길을 다시 걸었다. 아이들이 다시 공을 찼다. 눈 위에서 축구공은 천천히 굴렀다. 아이들은 붉고 노랗고 선명한 푸른색이 섞인 셔츠를 입고 있었다. 나는 함께 공이 차고 싶었지만 그제야 내 발이 맨발인 걸 알았다. 내가 바닥에 앉아 맨 발을 어루만지려 양반다리를 할 때, 다시 그 남자가 뒤에서 나타났다. 그리고 커다란 빵 덩어리를 내게 내밀었다. 빵은 딱딱하고 무거웠다. 나는 씹을 수 없이 딱딱한 빵 덩이를 눈 위에 올려두고 남자의 얼굴은 보았다. 남자는 다시 희고 부드럽게 웃었다. 딱딱한 웃음소리가 목 안에서 울려 나왔다. 보리빵 같이 거칠지만 딱딱한 웃음소리였다. 나는 내심 온화한 기분을 느꼈다. 그 남자가 편안하게 다가왔다. 부다페스트에 눈이 내리고 나는 사내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리에서 나를 좀 일으켜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사내가 손을 내밀었다. 그때 다시 보게 되었다. 그의 손가락 마디마다 반지가 끼어 있었다. 모두가 구리반지였고, 모양이 새겨져 있었다. 읽을 수 없는 문자 같기도 하고 나뭇잎 모양 같기도 한 문양이 반지마다 각각 다르게 새겨져 있었다. 나는 그이 손에 끌려 일어났다. 그리고 꿈에서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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