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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Jan 26. 2021

밤의 한 시간

밤의 한 시간

-그림모든



무언의 글이 쓰고 싶었다.

바람 결의 글, 무언의 글.

변두리를 서성거렸다. 며칠 째

밤의 거리를 무언의 글로 치환하고

싶었다.


별의 거리를 쓸 수 없으니까

목련의 거리를 쓸 수 없으니까

검은 대나무나 까마귀에 대해 쓸 수 없으니까

너, 너, 너 없는 밤의

한 시간을 위해


변두리를 서성거리는 묵시

밝은 창 유리들 속에서 나는 사물의 사체를

보고, 사물의 절규를 보았다.

다들 너무 한다 다들, 저리 사물에 불 밝히고

사물을 불빛에 사로 집고 값을 치르려는 지갑의 쟁탈전


아침의 결속된 의미들 같은 전철과 과속들 틈에

나는 부드럽게 미소 짓는

지난밤의 너, 너, 너 없는

밤의 한 시간을 살폈다

왼 가슴 아래께에 뛰고 있는


밤의 한 시간을 떼어내서

나 없는 빈자리에 너의 곁에

두려 한다


결속 없고 부식 없는 시간

없음에 헤맴으로 얻게 되는

충혈 된 눈으로 들여다보는

밤의 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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