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뤼미나시옹 Jan 30. 2021

해 질 녘으로부터 II


해 질 녘으로부터 II



밥벌이가 되지 못한 해 질 녘이라고

소외의 싯구가 입가에 흘렀다

떠도는 나무들의 남루한 외투

부어오른 손을 옆구리에 찔러 넣는 일용직의

해 질 녘


추수를 마친 늙은 손에서 모래가 샜다

미안하다. 내 해 질 녘 윤곽은 견딤의 기능이 없다

그러나 음악이 되려는 손금으로 사막을 읊고 싶구나.

떤 형식으로 버림받을까.

언제 음악으로 증발할 수 있을까.

밥벌이가 되지 못한 손으로 거친 밥을 떠먹는

골목 안 밥집에, 해 질 녘


버린 것도 아니었고 버림받은 것도 아닌 편에서

해 질 녘은 나를 수수대 그늘로 견뎌주는가

내가 버린 것도 아니었고 버림받은 것도 아닌 편에서

나의 옆구리이고 결별이며  갈피 없는

해 질 녘


서해를 보고 등 돌리는 이처럼

불이 켜지네

불이 켜지네





작가의 이전글 밤의 한 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