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질 녘으로부터 II
밥벌이가 되지 못한 해 질 녘이라고
소외의 싯구가 입가에 흘렀다
떠도는 나무들의 남루한 외투
부어오른 손을 옆구리에 찔러 넣는 일용직의
해 질 녘
추수를 마친 늙은 손에서 모래가 샜다
미안하다. 내 해 질 녘 윤곽은 견딤의 기능이 없다
그러나 음악이 되려는 손금으로 사막을 읊고 싶구나.
어떤 형식으로 버림받을까.
언제 음악으로 증발할 수 있을까.
밥벌이가 되지 못한 손으로 거친 밥을 떠먹는
골목 안 밥집에, 해 질 녘
버린 것도 아니었고 버림받은 것도 아닌 편에서
해 질 녘은 나를 수수대 그늘로 견뎌주는가
내가 버린 것도 아니었고 버림받은 것도 아닌 편에서
나의 옆구리이고 결별이며 갈피 없는
해 질 녘
서해를 보고 등 돌리는 이처럼
불이 켜지네
불이 켜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