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숲으로부터
대숲으로부터, 지금의 공허
한 번만 살고 더 이상 위반하지 않아도 된다.
아버지는 근간이 흔들릴 때 대숲에 들어가서
자기를 안았다 했다. 처음이자 마지막
술잔 앞에서의 아버지의 말
지금의 공허 외에 아버지는 아버지가 아니다.
대숲 안에서 대숲 밖의 말들이 찢기듯
몸을 유린한 옷가지를 찢어발기고 사라진
사람이 대숲으로부터 한 가득인 공허
산 아래 토담집에 와서 가로등 불빛에 느닷없는 생의 희열을
느껴버린 신비였나, 절창의 목청에 농약을 부어버린
검게 타버린 혀의 여인을 대신하는
대숲으로부터
공허는, 제 울음 토해 놓고 번져가는 적막을
바라보는 눈을 위반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