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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Feb 19. 2021

먼 천둥으로부터


먼 천둥으로부터


먼 곳으로부터 천둥이 울렸다

거기서만 울렸다

몸을 만져주는 풀잎들과 함께 있었다

안았다 풀어주었다

마른풀들은 회귀의 품을 갖고 있었다

풀잎들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무소유의 무조, 거친 살결들과 함께

먼 곳의 천둥을 심장에 심었다.


파슬파슬한 채식을 하고

깊은 골 안에 사는 깊은 골 안의 눈을 만나고

배를 곯아 털이 곤두선 떠도는 짐승들의

후각을 배웠다. 먼 천둥으로부터

낯설어야 하겠다. 바람에 부서지려는 먼 몸

하나를 겪어야 하겠다.


아직   곳의 천둥이 도착하지 않았다.

흐린 절간의 명암은 백열등을 품은 석등에 인연하고

회귀하는 새들의 저녁 그림자를 산그늘이 머금었다.


더 멀다

먼 천둥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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