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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Feb 19. 2021

피렌체의 세 평 짜리 방

조르주 모란디니



Giorgio Morandi (1890-1964) - Natura morta [Still life]. (1952


조루주 모란디니는 세평 남짓한 방에서 잠자리와 작업실을 겸했다.

나는 처음 모란디니 그림을 봤을 때 경외감을 느꼈다.

신적인 느낌이었고 그의 가난한 마음이 내 마음에 차올랐다.

나는 한동안 모란디니 그림을 보고 살았다. 그때는 그림에 대한 글쓰기를 막 시작할 무렵이었다.

그림이 내게 주는 감동 이전에 작가의 아우라가 그림에 드러났다

그가 세평 짜리 방에서 살았다는 걸 최근에 나는 알았다.

하지만 맨 처음 그의 그림을 보았을 때, 나는 정말 그가 가난하다는 걸 알았다.

생활이 가난한 것이 아니라, 예술이 참으로 가난하다는 걸 알았다.

소박한 사물에 혼을 불어넣으면서 사위에 공기를 표현할 때 화가는 얼마나 숨죽였는지

얼마나 빛에 민감해했는지. 얼마나 고요히 사물을 들여다보았는지 알게 되었다.

테크닉이 아니라 사랑이었다. 사랑을 주지 않는 사물에게 화가는 지극한 사랑의 눈길을 주었다.

고요하고 작은 우주가 광활했다. 내게는 지금도 그렇게 보인다. 깊은 우주의 이야기가 작은

작품 안에 가득하다. 세 평 짜리 방에서 그린 위대한 그림에 비하면 나란

서푼 어치도 안 되는 삶을 살고 있다.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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