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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그곳이 아니었던, 그곳

by 일뤼미나시옹


밤의 그곳이 아니었던, 그곳



그곳이, 그곳을 망각하려 할 때

그곳이, 그곳의 격렬함을 지워내고

그곳이, 그곳의 외부를 내부의 격동으로 삭제하고

그곳이, 옅고

그곳이, 명멸의 빛을 머금어 깊고

그곳이, 낡아 깊고

그곳이, 부스스하여 짙어질 때

그곳이, 낙엽층으로 짙고

그곳이, 낙엽을 휩쓴 바람 이후일 때

담배를 피우는 무리들이 잠시

지퍼를 내리고 오줌을 누든 이가 잠시

사람의 등을 내려놓고, 짐승의

등을 보여주고, 그곳에

낮은 담 너머 먼 곳을, 가진 그곳에

빈 가지를 지키고 있는 나무도 먼 곳을 가진

그곳에,

녹아들어 무한한 대화가 되는, 그곳에

추상 대화

추상의 침묵인, 그곳에

구름의 안팎을 닮은, 새의 그곳에

세상 것이 아니길 바라,

무한한 대화를 채색으로,

채워졌다 할

이유도 없는 그곳에

빈자리 가득한 빈 터의, 그곳에

심호흡이 그곳에, 기거하는 텅 빔.

멈추었다 지워지는 흔적의 두께로 다시 찾는 그곳에

이제라도 다시, 그곳에서 명멸하러, 그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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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뤼미나시옹 인문・교양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예술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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