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나
나의 나가
나를 찢어 놓고 갈겨 놓은 종잇장을 바람 없는 방에 흩뿌려놓고
두 팔을 벌리고 새가 되길 바라고 있다. 나의 나가, 창에 빛을 등에 받고
밖의 봄과 겨울의 몸을 빌어 밖의 봄과 겨울의 혈액을 마신다.
나의 나가
나를 찢어놓은 채 펄럭거리는 나를 바다의 곁 초원의 곁 빙하의 곁으로
흩뿌려 놓고 두 팔을 벌리고 응고된 새가 되어 바라보고 있다. 경청하는
나의 나를 흩트려놓고 바라보고 있다.
나의 나가
나를 곁에 두고서 곁으로 밀어낸다.
이번이 몇 번 오고 간 생인지 모르게 풀밭이 피고 풀밭에 양치기처럼
나의 나가 내 곁에서 서성거린다
죽음 곁에 환생은 아니기에 너를 기다리지 않은 채
나의 나가, 나의 곁을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