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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Feb 23. 2021

나의 나


나의 나


나의 나가

나를 찢어 놓고 갈겨 놓은 종잇장을 바람 없는 방에 흩뿌려놓고

두 팔을 벌리고 새가 되길 바라고 있다. 나의 나가, 창에 빛을 등에 받고

밖의 봄과 겨울의 몸을 빌어 밖의 봄과 겨울의 혈액을 마신다.


나의 나가

나를 찢어놓은 채 펄럭거리는 나를 바다의 곁 초원의 곁 빙하의 곁으로 

흩뿌려 놓고 두 팔을 벌리고 응고된 새가 되어 바라보고 있다. 경청하는

나의 나를 흩트려놓고 바라보고 있다.


나의 나가 

나를 곁에 두고서 곁으로 밀어낸다.

이번이 몇 번 오고 간 생인지 모르게 풀밭이 피고 풀밭에 양치기처럼

나의 나가 내 곁에서 서성거린다

죽음 곁에 환생은 아니기에 너를 기다리지 않은 채 

나의 나가, 나의 곁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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