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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매화로부터

by 일뤼미나시옹

첫 매화로부터


아버지들이 떼로 달겨들어 개를 잡어 먹었던 골목에

담벼락, 첫 매화는 몇 살이나 먹은 첫 매화인가

잡아먹을 게 없어 구름의 검은 살점을 허연 거품 물고 뜯어먹던

담벼락, 첫 매화의 아버지들 몇 번이나 피고 졌는가


배내옷에서 수의까지 한벌로 걸치고 온

이월 끝자락 첫 매화로부터

어머니들이 한 참이나 더 늙어도 첫 매화만큼

늙지 못하는 담벼락


산그늘에 개나리 진달래는 뜯어 먹어도

너희만큼은 이월 끝자락, 소스라치게

골목에 살게 두마

다만 아버지들 소식은 일 년에 한 번 피었다 가라


이월 끝자락이란

얼마간에 대체되는 공백 같은 거라서

잠시 희미해지려

설핏 해지려고 오는 거니까

첫 매화로부터, 담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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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뤼미나시옹 인문・교양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예술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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