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였던 자리
- 김정용
토란 잎 그늘에 빗겨 나서 수국 잎새에 빗겨 나서 신의 자리 뙤약볕에 정오를 정수로 삼은 신의 자리 고양이 발자국 흘러간 자리 빈 터의 비약 구름자리 물고기 봄 내장이 버려진 자리 늦여름의 습한 큰어머니 자리 밥알갱이 설거지 물 뿌려진 자리 생각이라는 것이 있다면 상사화 마음결에 그와 나 열흘 피고 천년 눈부신 줄 모르는 자리 빈 거울 허공 살구나무 그늘이 늙던 자리 애늙은이 소리 들었던 늙음의 유예를 살피러 온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