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도리를 두르고
-김정용
토마는 목도리를 두르고 빨강'을 산다
십 이월의 볕을 곁에 두고 '빨강'을 산다
토마의 골목은
유모차를 미는 노인들과 빈 들의 바람이 낳은 서너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석류의
어귀에서 '빨강'을 기다린다.
가로등이 밝혀진 성탄절은
엄마 없는 엄마
당나귀도 찔레꽃도 수분 없는 사과와 멀건 첫눈까지
토마는 목도리를 두르고 '빨강'을 산다
수도원의 붉은 벽돌의 옛 성당은
늙으면서 발가벗은 백일홍의 겨울에 산다
토마는 목도리를 두르고 빨강'을 기다린다.
붉은 기도를 목에 감고
퇴색의 적벽돌 바랜 시간을 목에 감고
빨강을 산다
토마는 목도리를 두르고 측백나무의 편에서
바람 속을 뒤적이는 시든 가을 볕을 닮은 발걸음을 기다리며 산다
장미야 기다려라, 이번 생을 위해 내가 태어났으니 너를 불 밝혀주마
토마는 목도리를 두르고 너의 목선에 기도를 감아줄테니
토마는 목도리를 하고 장미로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