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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Nov 16. 2021

눈 덮인 집

빅토르 샤르통


 눈 덮인 집

 -김정용


  과실수들에 가려서 바람에 가려서 햇살에 감추어지고 새들의 울음소리에만 선명했다가 다시 구름에 가려지고 과실수들의 꽃피는 시절에는 아예 사라졌다가  그늘이 벗겨지면 잠시 은 비늘이 되고 다시 나무들에 가려진 느린 박동의 심장 같이 마을에서도 멀고 너로부터도   멀고 소롯길을 걸어서  나절 연못을 하나 도깨비바늘이 소매 끝과 바짓단에 달라붙게 되고 고라니가 길섶에 느닷없이 뛰쳐나가는 비탈지고 햇빛이 환해 질 때 포도주빛 흙의 붉은 기운이 몸을 데워주고 바람의  겹에 속옷의 느낌이 나고  번의 슬픔 울음이 있었을 때에도 부드럽게 등을 쓰다듬어 주었듯 세월에 깊어지고 쓰러지는 나무에 산 울림이 깊어지는 집에 눈이 내리면 그때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나무들의 진기지에 잔여분의 채색이 돋고 낮은 지붕은 서정시가 가득한 옛시집의 겉장처럼 바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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