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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Dec 09. 2021

불행 불행



 불행 불행

 -김정용



검은 계단에 돌, 돌

우리, 가을 없는 곳에 가야 하는

우리, 배경 없는 잡식 그늘에 서늘해야 하는

우리, 검은 계단에 돌, 돌


수군거리는 검은 나무 그림자들의 

맹렬한 점령,


불행 불행

검은 계단에 돌, 돌

우리, 봄 없는 곳에 별 바라기 하는

돌, 돌

멈춘 심장을 두들기며 여기 왔는데

돌, 돌, 멈춘 심장을 기억하며 여기까지 왔는데


검은 계단의 닳아버린 

시간 위에 돌, 돌

새를 기억하며 여기까지 왔는데

새를 기록하며 여기까지 왔는데

족적은 소멸하고 비상은 낡았으니

우리, 검은 계단에 돌, 돌


불행, 불행

우리, 검은 계단에 절정 없는

돌, 돌

굴러가면 창문이 되고

굴러가면 구리 종이 되고

굴러가면 나비가 된다는

불행 밖으로 불행 밖으로

우리,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


불행, 불행


우리 모서리에 부겐베리아가 살아요

우리 모서리에 부겐베리아가 죽어요


우리, 모서리에 가서 부겐베리아가 될까요

우리, 모서리에 가서 부겐베리아로 살까요


검은 계단에 돌, 돌

아직은 더 남루하게 더 남루의 절망으로

살아요, 우리

구석에 불행 불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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