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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Aug 22. 2021

밀려나거나, 동 떨어진 곳에서


  여름 동안 소설가 르 클레지오의 소설들을 읽고 있다. 몇 권의 책은 이미 읽어었지만 다시 되씹는다. 

 우리의 세계에서 외부에 있는 인간들, 외부에 종족들, 피부가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혹독한 자연 속에서 살아가며 끝 없이 떠나는 이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다. 독서를 할 때는, 특히 문학을 읽을 때에는 이야기 속에 나를 내던지고 읽어야 한다. 아름다운 고통의 문장들에게 나는 뛰어든다. 어린 아이가 물 속에 뛰어들 듯이, 사건과 현상에 대한낯선 묘사들, 생경한 단어들, 특이한 인물들의 묘사, 그들의 외모, 그리고 고통에 처한 인간들의 무수한 대응 앞에 나를 함께 동참 하는 방식의 독서. 펜을 책상에 두고 붉은 노트에 틈틈이 독서 중에 떠오르는 영감의 문장을 쓰는 독서. 드라마를 보듯이, 스토리에 끌려 가는 독서가 아니라, 문장에의 독서, 사물들과 세계를 작가가 어떻게 묘사하는가의 독서, 인물의 묘사와 심리 속에서 '나'라는 인간의 상황을 함께 그 옆에 두는 독서. 그래서 독서는 창작자 못지 않게 무척 힘이 들고 또 지치는 독서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독서의 심연으로 빠져드는 것에는 일종의 수행 방식으로의 독서이다. 고통 가운데 춤추는 방식의 독서. 배가 내리고 나뭇가지가 비의 무게로 축 처지는 것처럼. 문장의 수혜에 내가 무거워지고 내 실존의 방식이 한 기울기로 기울어지는 독서. 풀 한 포기 없는 사막과 같은 내면에 낙타의 발걸음으로 다가오는 삶에의 방향으로의 독서. 실존하려 하지만 실존의 바깥으로 쫓겨나는 약자들, 비열한 삶을 살수 밖에 없는 인간. 의심하고 의심 받고 사는 인간, 어디에도 정주하지 못하는 미끄러지는 인간, 폭력에 노출되고 착취 당하고 쫓겨나고 달아나는 인간. 그런 가운데 자기의 시원을 찾아가는 인간, 자기의 기원을 찾아 가고, 원초적 자연을 열망하는 인간. 이 모든 인간이 내가 되는 시간. 저녁 해가 질 때부터 아침 해가 동틀 때까지....,



"어느 날, 오, 어느 날엔가는 까마귀가 흰 새가 되고, 바다가 마르고, 선인장꽃 속에서 꿀을 찾으리라. 아카시아 가지들로 잠자리를 만들리라. 뱀 입에서 독이 사라지고, 총알을 맞아도 죽지 않으리. 그러나 그날은 내가 내 사랑을 떠나리...,


 "어느 날, 오, 어느 날엔가는 사막에도 바람이 불지 않고, 모래 알맹이들이 설탕처럼 달콤해지리. 흰 돌멩이 밑 마다 샘물이 나를 기다리리. 어느 날, 오, 어느 날엔가는 꿀벌들이 내게 노래를 불러주리. 그러나 그날 나는 내 사랑을 일어 버리리....,


 "어느 날, 오, 어느 날엔가는 밤에도 태양이 뜨고, 달 속의 물이 사막에 호수를 만들어주리. 그때 하늘은 너무 낮아서 나는 그 별을 만질 수 있으리. 어느 날, 오, 어느 날 내 그림자가 내 앞에서 춤추는 것을 나는 보리라. 그날은 내가 내 사랑을 잃어버리리...,


 " 어느 날, 오, 어느 날엔가는 태양이 어두워지리. 땅이 열리고 바다가 사막을 덮으리. 어느 날, 오, 어느 날 내 눈은 더이상 빛을 못 보리. 내 입은 이제 더이상 당신의 이름을 부르지 못하리. 내 가슴의 아픔도 그치리. 그날은 내가 내 사랑을 떠나는 날일 테니까...., 


 - 르 클레지오 <사막, 중에서> - 



 Edward Hopper-  Dayton Art Institute - High Noon (1949) (69,8 x 100,3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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