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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처가 아닌데

by 일뤼미나시옹


거처가 아닌데



석류의 벌어짐 햇살 안김 거리로부터 담의 안 벌어진 햇살 밖 석류


뻘물의 샛강이 몸 씻으러 먼 강으로 가고 있다

어디 가서든 이름 짓지 마라, 샛강


바깥에서 또 다른 바깥을 보게 되는 안개의 순백

백합이 백합이 되려는 숨 막히는 안간힘의 순백


안개로 진흙으로 범람으로 퇴색으로 내가 나를 숨기고


풀 벌레 가을밤 울음

몸 둘 바 없는 경청

참 멀리도 왔구나, 울려고


근처, 풀 섶에는 살점이 증발한 새의 사체

저가 물어다 엮은 풀집 같았으니


거처가 아닌데 살고 있는, 달빛 온후한 빈 터

몸 둘 바 없는 석류의 벌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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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뤼미나시옹 인문・교양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예술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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