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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Oct 18. 2021

미치면서, 가을을


미치면서, 가을을



미치면서 가을을 가요

달을 먹어 치운 가을을 가요


금발로 오는 달무리의 환각

이봐요, 세 번이나 가을을 보냈잖아요.


소머리를 삶고 사발에 술을 채우고 저수지 물그림자에 가을 하늘을 채웠어요

미치면서, 가을을 가요


어머니는 식물을 닦달해요

어서 자라거라, 어서, 물을 주마 달을 주마 손목을 주마

어머니는 식물을 닦달해요, 술잔이 비워지듯 달이 기울어요


몸이 뜨거워 

발가벗고 가을을 가요, 

해바라기를 태워요

검은 가면을 만들어서 가을을 가요

만사가 처음인 생에 첫걸음의 늙음으로 가요

미치면서, 가을을 가요


접시에 수북한 고기를 얹고, 기도하는 입술로 가을을 가요

그만 하시고, 그만 듭시다. 

기도를 방류하고 고기를 씹는 가을을 가요


한갓진 나비의 파랑이 가을에 미쳐요

기도를 부르지 말아요.

미치고, 가을을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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