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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Oct 18. 2021

봉숭아

봉숭아 



 토담의 골목 볕이 좋아 등 기대고 눌러앉지 말았어야 했는데  


 엄마의 경대 붉은 루주에 손대지 말았어야 했는데     


 초경의 핏물 묻은 팬티를 보이지 말았어야 했는데     


 살긋이 치마 속에 들어오는 손모가지를 떨쳤어야 했는데    


 흐늘흐늘한 눈을 보이지 말았어야 했는데  


 ‘봉선화’라는 개명을 선착장에 뿌리지 말았어야 했는데


 시절 하 수상타 여기는 사내들의 컨테이너 모임에 꼽사리 끼지 말았어야 했는데 


 음모나 음담패설 낙장이나 불입의 경계에서 숨 헐떡이는 사내들을 동조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혁명 없는 동네 형제들 신발 빠개신고 모이는 컨테이너에서 ‘봉순’이라는 개명을 말았어야 했는데     

    

 치마 속에 손 찔러 넣고 간 너를 따라 갔어야 했는데


 변두리에서 벽지로 가는 막간에 서서 봉숭아 연정으로 떠났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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