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열

by 일뤼미나시옹


미열



앞사람이 먹고 떠난 식탁 위 된장 뚝배기 놓였던 자리에

보퉁이를 껴안은 가출 같은 것이

일가족 부양을 떠맡은 큰 딸 엉덩이 같은 것이


세상 어디가 엔 둥그스름한 온기 같은 게 있다는 데

다른 한편엔 둥그스름한 온기를 빨아먹는 각진 구석이 숨어 있다는데


트레머리를 하고 싶으나 빈혈 이는 궁핍 같아서


돌아서서 흘러내린 정전기 불꽃 튀는 스타킹 같은 것이


기둥서방에 문드러진 젖무덤 같은 것이


식탁 위 된장 뚝배기 놓였던 자리에 둥그스름한 미열 손으로 덮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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