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음
흔들면 수채화로 옅어지는 가족의 잠이 짙어서
아버지가 거미줄 마냥 집 귀퉁이에 채워놓은 짙음
죽어 몇 해가 지나도 희석되지 않는 짙음
웃음 없는 가족에게 번져오는 짙음
점등 없는 물속 같은 나날 속에서
투박한 거문고
산조 자락을 닮은 백로야
가족을 동반해 다오
짙어서, 옅은 어질병의 가족에게
만 리 밖 물 결 소리 듣게 해 다오
불현듯, 찾아오는 짙음으로 잿빛이거나
은은로 눈부시게 되는 만추
석양을 틈타 회귀하는 기러기들아
만 리 밖 행간의 아버지를
온 가족이 흔들게
어깨죽지 날개를 빌려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