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창가에서

짙음

by 일뤼미나시옹


짙음


흔들면 수채화로 옅어지는 가족의 잠이 짙어서


아버지가 거미줄 마냥 집 귀퉁이에 채워놓은 짙음

죽어 몇 해가 지나도 희석되지 않는 짙음

웃음 없는 가족에게 번져오는 짙음


점등 없는 물속 같은 나날 속에서

투박한 거문고

산조 자락을 닮은 백로야

가족을 동반해 다오


짙어서, 옅은 어질병의 가족에게

만 리 밖 물 결 소리 듣게 해 다오


불현듯, 찾아오는 짙음으로 잿빛이거나

은은로 눈부시게 되는 만추


석양을 틈타 회귀하는 기러기들아

만 리 밖 행간의 아버지를

온 가족이 흔들게

어깨죽지 날개를 빌려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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