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감각
초저녁 맥주 한잔에 잠이 들지만 잠든 동안 술이 깨면서 동시에 잠도 깼다. 식은땀이 흐른 잠을 깨고 나서 불쑥 두 손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이 두 손이 무언가를 으스러지듯 잡아 본 기억이 언제인가. 무엇을 으스러지듯 잡아본 기억이 있는가. 무엇을 으스러지듯 잡아 이빨 꽉 깨문 적 있는가. 그래, 나는 눈앞의 책상 앞에 무릎 꿇고 엎드렸다. 이마를 방바닥에 대고 두 손을 내밀었다. 나무의자의 두 다리를 부르르 전신이 떨리도록 숨을 헐떡거리며 움켜잡았다. 어금니를 깨물고 등허리 근육이 뻣뻣해지도록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그러기를 한참, 내 안에서 한 마디 말이 떠올랐다. ‘내 안에 스승이 있다’ 무슨 연유에서 이 말이 떠올랐는지 알 길이 없다. 다만 바닥에 닿은 내 이마는 나무의자의 두 다리를 누군가의 앙상한 발목이라 생각한 것 같다. 누군가? 그 다리의 주인은. 나를 내려다보고 움찔하지 않는 그 발목의 주인은. 나는 그날 이후로 가끔 이마를 바닥에 대고 두 팔을 내밀고 의자의 다리를 혼신으로 붙잡는다. 이무 이유 없이. 그러나 이유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