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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창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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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Oct 30. 2023

창가에서 - 깨어남

  깨어남


 눈 덮인 깨어남, 빗방울에의 깨어남, 허무한 마음에의 깨어남, 비탄에의 깨어남, 구름 그림자에의 깨어남, 발끝 돌부리에의 깨어남, 흰 벽에 달라붙은 국화 그림자에의 깨어남, 슬픔에의 깨어남, 공중을 가른 전깃줄에의 깨어남, 등을 보이는 새러부터 깨어남, 음악이 끝날 때의 깨어남, 모래발자국에의 깨어남, 생선의 머리를 칠 때의 깨어남, 기차를 기다릴 때의 우울한 깨어남, 여름 그늘 안에서의 깨어남, 신작로 위에서 끈쩍거린 발빝의 감각으로 깨어남, 하루 종일 끌어안은 어떤 미운 감정으로 인한 깨어남, 단식에서의 깨어남, 구겨진 지폐를 펼 때의 깨어남, 회색의 깨어남, 주홍과 담홍의 뒤섞임에의 깨어남, 타인의 손가락에 손바닥에 닿을 때의 깨어남, 비운 국수그릇에의 깨어남, 사과가 썩어가는 제 부위를 견딜 때의 깨어남, 나를 어디에 흘려버리고 싶은 깨어남, 거리의 어느 구석에서에 고인 햇살 덩어리에서 깨어남, 전부를 던지지 않으면 될 수 없다는 깨어남, 너가 아니면 안 될 때의 깨어남, 나를 드로잉 하는 겨울바람에의 깨어남, 신발이 너무 헐거웠을 때의 깨어남, 기록도 없는 하늘 구름의 이유로 깨어남, 넌, 어딨니? 라는 소설을 읽으면서 꺠어남, 백암록을 읽는 오후 햇살 속에서 깨어남, 무릎을 데워주는 햇살 위에 손등을 넣을 때의 깨어남, 부고장을 카톡으로 받을 떄의 깨어남, 인생을 논해본 적 없는 이가 보내는 부고 문자를 받았을 때의 깨어남, 도무지 알수 없는 그 사람의 마음 떄문에 깨어남, 아직도 더 할말이 남아 있는 과거의 사람 때문에 깨어남, 지고 나면 기억에 남아 있지도 않는 꽃핌 같은 깨어남, 다시 돌아와 지금껏 살던 방법 인연 사건 슬픔 난간을 고스란히 되풀이 해야겠다는 깨어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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