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그림읽기

흰고양이

Jacques Nam

by 일뤼미나시옹

Jacques Nam (1881-1974) "Chat blanc" c. 1920




며칠 째 먹이통을 비우던 녀석이 돌아오지 않는다.

같이 살자 약속 한 적 없고 날 먹여 살려라 부탁한 적 없지만

집 근처에 살면서 어쩌자고 낳은 새끼 두 마리를 내겨 맡겨두고 간 제 어미와는 생판 다르게

몸의 전부가 까맣게 황금눈을 가진 '깜깜이'라고 이름 지어준 숫고양이

봄 같은 겨울 동안 먼 여행이라도 하고 오려나

채워 놓은 먹이통에 사료는 엉뚱한 뜨내기 고양이들이 비워놓고 있지만

밤사이 나 몰래 먹이를 먹고 휙 사라졌는지도 모르지. 그렇겠지.

며칠 사이 오지 않는 고양이에게도 마음이 그렇듯 가는 데

하물며 정 주고 떠난 사람에게서야, 정나미에 떨며 떨어져나간 사람에게서야.


이 집을 거쳐 바람이 된 고양이가 얼마인지. 이 집을 거쳐 고양이가 된 구름은 얼마인지

거처가 없어 바람이 되었겠으나 거처가 있다해도 바람이 될 운명인 존재들은 또 얼마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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