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착

by 일뤼미나시옹


종착

-김정용



오일장의 입구에서 장미의 순도에 붙잡혔다

장미는 진홍을 내려놓고 떠나간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뽕짝 리듬을 타는 붉은 스웨터의 고등어 파는 여인의 파장이었다


선홍의 극단에 서서 담배를 피우는 여자 아이를 보았다.

국숫집 계산대에 피었던 불그스레한 이름 없는 선홍의 막다름 이었다

땀을 훔치며 먹어야 하는 국수 그릇 앞에서 서늘한 한기를 드러낸 등의 종착이었다


으스름으로 걸어가는 염소 같은 사람이 강으로 걸어갔다

물빛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지친 물의 발등을 손으로 어루만졌다


스텐 강판 같은 샛강의 팽팽한 긴장에서 해는 달아나며 검은 외투의 새들을 데리고 갔다

감청색을 황금으로 채우고 가는 저녁의 공기는

붉은 선혈로 살았던 태양의 종착이다


누구의 이해 밖에서 산은 출렁거림을 얻을까

늦겨울 산의 종착에서 풀려난 마른 서걱거림은

바람의 비극을 사유하라는 것인가


빗줄기는 슬픔의 우회로이지만

미열로 매달리려는 개나리는 우회로가 없어

빈 터에 겨우 겨우 산다


이 종착에 다가오는 너의 아름다운 발음은 내 입술에 무엇이어야 하니

나의 현창에 아침 잎새들은 나의 휘파람을 기다린 종착인가

어떻게 해야 자리를 뜨고 일어난 빈자리의 미열로

종점에 앉은 너를 흐린 밀어로 일어나게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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