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새아이

by 일뤼미나시옹



아이새아이

-김정용



아이새아이는 겉장이 파릇한 한 잎의 뜰이다

아이새아이는 어미 새를 따라다니지 않는다

아이새아이는 파래서 지워지고 어둑해서 지워진다

아이새아이는 어미 새를 모른다

짙푸름이 엄습하는 돌의 이마를 쪼아서 어미 새를 지운다

아이새아이는 겉장이 파릇한 한 잎의 뜰이다


아이새아이는 백일몽의 풀밭에서 은하수를 밟는 꿈을 꾸었다

아이새아이의 엄마는 공장에서 일하고 늦은 밤의 아버지는 술추렴이다

아이새아이는 벌레를 씹는 어린 새의 부리에 색을 칠했다

아이새아이의 엄마는 연지도 없고 뺀찌를 들고 가족의 틈바구니를 뽑는다

아이새아이의 아버지는 진저리 치면서 오줌을 누고 하늘에 삿대질이다


아이새아이는 파릇한 나무의 목을 바라본다

아이새아이는 이웃 나무에 목을 메달까 새에게 묻는다.

아이새아이는 이웃 의자에게 사지를 내어줄까 묻는다

아이새아이는 풍화된 돌의 영역을 찾아낸다

아이새아이는 부화의 종탑으로 날아난다


아이새아이의 엄마는 국숫집에서 혼자 국숫발을 삼킨다

아이새아이의 아버지는 입에 거품을 문 잠을 자면서 지껄인다


아이새아이는 철철 넘치는 비 오는 날의 울음을 기다린다

아이새아이는 전쟁의 분위기를 사랑한다 언제나 탱크가 달리는 근처에 집을 지을 꿈을 꾼다


풀밭에 아이새아이가 없다. 예전에는 있었다. 지금은 단지 없을 뿐이다

풀밭엔 엄마가 필요 없다. 풀밭은 천변에서 절벽으로 펼쳐진 황무지에 먹혔다


아이새아이는 오목눈이가 사는 시누대로 달아났다

아이새아이는 풍선을 든 영양실조라는 소문

아이새아이는 겉장이 싯누른 퇴락의 뜰이라는 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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