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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Dec 21. 2021

검은 외줄기


 검은 외줄기

 -김정용



 꺾인 어린 가지 두 가닥 발아래를 어떻게 할래


 외줄기라서 빨랫줄 걸이에 쓸 뻗힌 가지가 없어서

 어쩔래


 외줄기라서 

 검은 가지 두 가닥을 내어놓았더니 천부적이야, 두 가닥에 검은 구름이 어쩔래


 음악이 있다, 여기 음악이 있어, 네가 외줄기라서

 검은 가닥을 물고 가는 새들이, 음악이 되었어


 물이 너를 찾아 헤매던 물이

 검은 가지를 적시는 동안 너는 여전히 외줄기

 검은 중심을 먹으러 까마귀가 매달리는 외줄기

 어쩔래, 너의 외줄기


 아버지 손가락을 끌고 온 아기가

 외줄기가 내어놓은 삐쩍 마른 두 가닥을 가리키며

 저거 갖고 싶어 아빠,

 어쩔래, 너의 외줄기 한 목숨의 가지를


 달빛에만 사는 외줄기 밝기를 기다리다

 번역 없는 외줄기 그림자를 내어놓는

 너의 외줄기를 어쩔래


 외줄기가 내어놓은 가지를 꺾어

 내 발치에 콩콩 박아두었어

 네가, 외로워서 서러워서 헛헛할 때

 에디뜨 삐아프를 닮은 외줄기를 내어줘

 내가 걲어줄게


 아, 아, 열매 아닌 검은 가지에 흰 꽃

 아, 아, 열매 없는 흰 꽃의 후기

 아, 아, 검은 소나기를 부르는 후기

 아, 아, 


 너라서 너를 마시는 거야

 거서 서서 검어지는 너의 잔광을

 내 외투로 입고 있을게

 너라서 너를, 마시는 거야

 거기 서서 검어지는 너의 일회성


그것마저 그림자에 불과

그것마저 달빛 외출에 불과

네가, 외줄기로 검어서 내가


북향의 눈으로 네가 아플 때

네가

검을 때

내가 네 북향에 흰 반점으로

너를 열어야겠으니


힘을 너무 많이 써버렸어

허공을 움켜지느라 지레 늙어버린

외줄기


어쩔래, 너를 내가 흔들었어

잔가지

허공을 움켜쥐게 안간힘의 잔가지를

흔들었어


손, 말, 가늠의 경우까지 

잘려버린

외줄기 검은 네가 

내 외출의 곁에서

외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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