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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Dec 19. 2021

이러다 정말

   


 이러다 정말

    - 김정용



  이러다 정말 전쟁 한번 겪지 않고 전쟁 시를 쓰나요 전쟁 통에 국수를 삶고 내복 장사를 하고 초콜렛을 매점매석 하는 생체험 땅콩 농사 밭 위에 탱크를 올려놓는 바이올린 F장조의 전쟁은 없나요 습작하던 물결 시는 포기하더라도 정말 전쟁 한 번


  이러다 정말 만화방창의 엄동은 오지 않나요 쓰레기 더미에 깡통 들이 날뛰거나 담벼락 담쟁이의 하늘 점령은 못 보나요 달에게 달라붙은 거미를 보는 건요 우리 손톱 서로의 살갗 밑으로 파고드는 희열은 희석되는 건가요 달달 외워진 사랑을 설탕 녹인 물처럼 짜내고 싶어요


 이러다 정말 냇물에  담그는 백로    보고 여름 가지에 멍게 같은 눈송이 앞에 너를 상기하는 회벽에 보랏빛 고사리가 피는 얼토당토는 없나요  만큼 알고  만큼 살았다는 양반들이 탁구 하면서   가지고 얼굴 붉히는  지속 가능하겠지만 이러다 정말 발등에  떨어져도 나무는  피는 봄이려니 할까요  항아리 가득 소설을 채워 놓고 부패  때까지 묵히는 건요


 이러다 정말 가마솥에 닭은 두 시간 속성으로 길러진 햇 것이고요 반품 처리되어 한 시간 속성처리 되고요 오리털 외투를 한 여름까지 입고 가는 대유행이요 그래야 해요 꼭 반드시 와야 해요 이따위 극단으로 그런 꼴 못 보게 돼요


 주차장을 빠져나와 해안가를  방황하는 인간 혐오증에 걸린 기계 들을 뉴스로 보고요 혼자 걸어요 나무랑 이야기해요 언성을 높여 더 크게 의사전달을 주고 받아요 나무족이 되어요 영영 돌아오지 않는 길의 번지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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