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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가 흔들리고

by 일뤼미나시옹



석류가 흔들리고

-김정용


석류가 흔들리고

가을에 심금이 울리는 건 금물이다

품은 알이 갈라지는 동안 금물이다

늦가을까지 기다렸다가 찔끔 새의 울음 사이에 찔끔 우는 건 허용이다


그런 걸, 눈송이 한번 만나려고 석류가 흔들리는 걸


석류도 기다리는 게 있어야 하고 간절함에 더해지는 게 있어야 하고

열매의 후기로 기다림을 택한 것인데


거울은 또 거울이 될 것이고, 새는 또 새가 될 것이고

너 죽은 다음에 뭐 될래라고 묻는 히말라야도 히말라야가 될 것이고


석류의 흔들림을 알아챈 눈송이가 히말라야를 출발할 것이고

연이어 숱한 눈송이들의 출발을 석류는 알아챌 것이고


단추가 툭 떨어지는 출근에

밑창이 벌어진 걸 알아버린 출근에

암 수 흰 새들이 석류에게로 오는 길목에

석류 안에도 품은 알을 한 가득인 골목에


석류가 흔들리는 기다림이

석류가 흔들리는 구름이

석류가 흔들리는 담 밖에

석류가 흔들리고 입가에


일뤼미나시옹 인문・교양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예술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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