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에

 

 의자에

  - 김정용

 다리 하나로 지탱하면서 나머지 다리를 쉬게 하는 의자에

 의자에 기술을 넣으면 닭이 되거나 가오리가 되거나 황조롱이가 될 수 있네

 거기다 돈을 더 쓰면 달빛 백목련에 서러워지네 

 의자에는 의자에 어울리는 고행자가 반드시 찾아오네

 침참하는 이들의 역할에 걸맞은 의자는 다리를 모두 절단하는 수밖에 없네

 의자에 꽃을 한 묶음 두는 것은 보낸 신호가 거절당했다는 것이네

 과밀 교실에서 쫓겨난 의자는 나무난로 속으로 던져졌네

 의자가 풀썩 주저앉았네, 지루한 기도 때문에

 의자에 분홍을 의자에 재즈를 의자에 뱀장어를 의자에 몽돌을 선물하네

 번개를 보고 반가웠고 천둥에 털커덕 내장을 가지게 되었고 엄동에 고립무원이었지

 팔꿈치를 괴면 주변의 공기가 어떻게 될까 고백이거나 고해이거나

 해빙기가 오면 의자를 마당에 심으려고 하네

 해빙기가 오면 의자에 정원을 내어주려 하네

 해빙기가 오면 의자를 내어놓고 사막을 초대하려 하네

 

 의자에 간헐적 먹구름을 주고, 미니멀한 고양이도 주고 

 허기진 의자를 찾아 허기진 시를 가디리네 

 의자의 예찬론자들에게 가부좌를 던지네

 막돼먹은 짝다리 의자에 가부좌를 던지네

 

 종교가 되기까지 종착지가 되기 까지 의자는 굴복을 모르네 

 배가 불룩한 의자는 집단 괴롭힘으로 이내 배가 꺼지네

 생각을 좀 해봐, 의자에 앉자 마라 생각 덩어리를 뭉태기로 던지네

 

 의자에게도 절벽이 필요하지 낭하가 필요하지 엉덩이라는 낭하

 자기 결속과 결박의 차이를 모르네 의자를 밖으로 내치네 

 

 잘못 계산된 생활이 월말에 밀려와 포개지네 

 적절한 시점에 의자와 의자가 헤어지는 중이네

 최초의 의자는 선생이 휘두르는 작대기에 종아리를 걷고 올라섰지

 가학을 즐겼던 선생들의 부고를 기다리며 해마다 의자를 걷어 차는 의식

 의자에 소풍을 주고

 의자에 내장을 주고

 의자의 철학에 엉덩이를 앉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