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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봄만

by 일뤼미나시옹


이 봄만

- 김정용



이 봄만큼의 참외 배꼽을 키우고 있어요

오류를 범한 걸까. 비닐하우스에 봄은 폭염에 갇혀 있어요

이 봄의 발톱으로 너의 발등을 긁어주고요

이 봄 만한 피부로 내 피부와 겹치고요

이 봄에 만 이 봄에 결핍을 앓으면서요


이 봄을 소스라치게 살고요

이 봄만큼 징벌적으로 감내하면서요

이 봄만큼 새파랗게 질린 그늘도 되고요


이 봄을 겨우 이끌고 온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거리는 기력으로요

이 봄에 가속을 어찌할 수 없고요

이 봄만 연분홍 살풍경 일 수 없는데요


이 봄 만으로 봄을 임신시키려고요

이 봄 만으로 봄을 드러눕힌 나무벤치로요

이 봄만 한 봉분을 파고 진흙 이불을 덮고요

외 할머니 진흙으로요


이 봄을 그대의 결과 곁을 모르는 그대와 요

이 봄만큼의 포만감으로 배가 터지는 목련이고요

이 봄만 하룻밤 새 낙엽 지듯 아프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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