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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뤼미나시옹 Jan 30. 2022

전환 기록

 


전환 기록

  -김정용



 검붉은 자두를 사리로 전환한 나무라는 걸 몰랐습니까

 노란 칠이 벗겨진 백운교회 키 낮은 종루는 신도수에 맞게 친다는 걸 몰랐습니까 

 종을 치는 것은 즉문이고 침묵하는 것은 묵히는 답변입니까

 입에 거품 물고 오줌 갈기는 나무 아래 형체는 키 낮은 나무가 아니었습니까

 내리막을, 기어올라간 족적으로 살고 있지 않습니까

 평지를 숲을 모래밭을 신성불가침 구역으로 묶은 기도의 띠는 어디서 구한답니까

 허기 만한 사랑을 믿고 편의점에 앉았도 되겠습니까

 등을 기댄 절망적인 눈을 하고 있으면 전철은 왜 그리 부드럽게 다가온답니까

 다년생 풀잎을 씹고 일회성 주소를 가진 풀꽃을 찾아도 되겠습니까

 덜 살았다면 덜 산 만큼 허기 지면 되는 겁니까

 빨간 염색을 한 수박 속을 내어놓고 쇠파리떼로 위장을 하는 건 어떻습니까

 씨앗 없는 아침을 매일 먹어도 됩니까

 퉁퉁 부은 손을 막노동판에 내어주고 극한에 닿으면 회복되는 치유력을 믿어도 됩니까

 기부를 해야 지붕에 올라갈 수 있는 기왓장에 곰팡이 꽃 피는 건 안됩니까

 아직도 할 말 많은 첫사랑은 마지막 사랑을 찾아 헤매야 합니까

 들러붙은 이끼를 갉아먹는 어린 염소를 구름층에 내쫓으면 안 됩니까

 어미야 새끼 낳지 마라 해도 어미 개는 새끼를 낳고 젖을 떼고 나면 곧장 이산가족이 됩니까

 맨 나중의 사랑은 맨 처음의 사랑을 갉아먹고 피어나면 안 됩니까

 말 잔치를 늘어놓고 나니 풍성한 입거품이 벚꽃 같다는 말을 왜 못 듣습니까

 추상으로 사는 중에 서정 시집이 우편함에 꽂히는 걸 용납해야 됩니까 

 추상살이는 덜 아픈 곳에 좀더 아픈 진동을 느끼려는 거 아닙니까

 어디서든 통용되어도 되는 진리가 되는, 세월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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