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6. 12
레이먼드 카버의 시로 하루를 시작한다.
카프카의 시계
-어떤 편지에서
난 겨우 팔십 크라운이라는 적은 월급을 받으며
여덟 시부터 아홉 시까지 끝도 없이 일합니다.
나는 사무실 밖에서의 시간을 야수처럼 탐합니다.
언젠가는 외국에 나가 의자에 앉아, 창밖으로
사탕수수밭이나 무슬림의 공동묘지를
내다보고 싶습니다.
괴로운 건 일 자체보다 느릿느릿 기어가는
늪 같은 시간입니다! 하루의 마지막 삼십 분에도
여덟 시간이나 아홉 시간 전체의 압력을 느껴요.
마치 밤낮으로 달리는 기차에 타고 있는 것 같아요.
마지막에 가서는 완전히
무너지는. 더 이상 엔진의 힘에 대해서도, 구릉이나
들판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없고,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오로지
시계에만 의존해 판단하게 됩니다. 늘 손안에 쥐고 있는
그 시계. 그러고는 흔들어댑니다. 그리고 믿을 수 없어하며
그걸 천천히 귓가로 가져가는 겁니다.
밤을 지새우고 있다. 별달리 뜻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새벽을 기다리고 싶었다. 수국 한 송이를 사기 잔에 담근 밤이었다. 수국에게는 시간이 없다. 밤의 검은 질감에 뿌리내린 별 같다. 마당의 남쪽 담벼락 아래 줄지어 수국을 키우고 있다. 수국은 천천히 핀다. 꽃망울이 피고 나서도 한 참을 기다려야 핀다. 꽃이 피기 시작하면 천천히 아주 느리고 색이 변하고 오랫동안 침묵한다. 향기도 없다. 목이 댕강 떨어지는 일도 없다. 제자리에서 하얗게 변색한다. 수국은 꽃이면서 꽃의 뼈이다. 가위로 자르지 않는 이상 그 자리에서 하얗게 발한다. 레이먼드 카버의 시에는 <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오로지 / 시계에만 의존해 판단하게 됩니다>라는 구절이 있다. 수국에게 시간을 언급하면 수국은 오지 않는다. 물을 좋아하는 종이라 특이성을 가지고 있어서 물을 자주 뿌려주기만 하면 된다. 물을 마시고 또 마신 수국은 이 맘 때가 되면 물의 시간을 응축하여 내놓다. 파란 밤의 수명처럼 꽃에는 찬란한 뉘앙스가 있다. 나는 다만 이럴 때 꽃속으로 뛰어 들어가고 싶은 마음만 인다. 꽃 한 송이가 돋은 아침부터 옆에 두고 고양이처럼 새근거리고 싶을 따름이다. 그것이 수국과 나 사이의 교감 신경이며 영[零]의 시간이다. 무릎을 꿇고 다가간 코끝의 감각은 영[靈]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