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질의응답을 해보자.
너, 보험은 한 두 개 들어놨니?
아니, 없어, 하나도, 조카가 날 위해 실비 하나 들여놨다고 하긴 했지
그럼, 모아둔 돈은, 집이나 부동산 혹은 은퇴 후를 위한 주식이나 뭐 그런 거
아니, 도로가에 어머니 집이 한 채, 그 집에 혼자서 손커피나 내려 팔면서 영면이라 하는 게 노후 대책
그래, 그럼 연애는 하고 사니?
응, 바람 연애, 나무 바람에서 희열이 있어서, 그리고 햇살 연애도 하지 햇살 맑은 날의 일광욕에서 오는 희열
그리고 하루에 두서너 번의 냉수욕.
시 쓴다더니 시집은?
없어. 누가 그러더라 묵혀두면 점점 더 촌스러워져서 책 낼 시기를 놓치게 된다고. 그러거나 말거나 나올 때 되면 나오겠지. 인생의 설계를 시적으로 살자였으니까.
빌어서 이루어진 일이 있니?
빌다? 그건 모르겠고 난 뭐든 바라는 바 대로 다 이루어졌음. 언제나 늘 그랬음.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야. 그런데 반드시 이루어진 후에는 이별이 찾아와. 종결어미 같은.
기도는 하고 사니?
응 하지, 매일 하지 매 순간. 시가 뭔가를 생각하는 거. 그 강박증이 나의 기도지.
인생이 뭐니?
응달진 기다림이야. 난 어릴 때부터 항상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어. 간이역의 아침 기차를 기다리며 플랫폼 벤치에 앉아 아침 햇살을 맞는 어린아이에서 노인까지 라고 생각해 봐.
좋아하는 시가 뭐니?
좋아한다긴 보다는 충격받은 시가 있었지. 일본의 일곱 살짜리 애가 쓴 시였어. 시의 내용이 다음과 같아. 어머니랑 도랑에서 채소를 씻어서. 햇살이 물안에 가득했지. 아이가 햇살이 부서지지 않게 살랑살랑 흔들어 채소를 씻어다.라고 했어. 짧은 동시였어.
읽고 있는 책은
레이먼드 카버의 책들을 읽는 중이야. 사실주의 소설. 시인이지. 난 소설가의 눈을 봐. 눈을 보면 그 사람의 소설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 있어. 사람도 그렇잖아 눈 마주치고 보면 그 사람 보이잖아, 아무리 아름다운 눈을 했더라도 그 안에 다른 게 있는 사람이 있어, 그리고 별로 이쁘지도 않은 눈인데 그 눈 안에 무한이 들어 있는 사람이 있지. 무한 말이야.
장마철을 어떻게 보내고 있어?
빗소리 가득한 창가에서 머리를 바짝 붙이고 살아. 낮잠도 무지 자고. 밤엔 책 읽다가 영화 찔끔 보다가. 요즘 뭐든 다 시시해서 한 가지 확 당기는 게 없어. 그냥 모든 게 시시하다는 느낌. 감각이 깨어나는 게 없어. 그래서 한 동안 그만두었던 탁구를 다시 하고 있어. 예민한 감각이 필요한 운동이거든. 글쓰기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 예민하게 몸을 단련시키면 정신도 같이 가니까.
고양이 키우니 아니면 개?
아니 키우지 않아, 떠돌이 고양이들이 집에 와서 거처하고 있어, 한 녀석이 새끼 셋을 낳아 지금 창 문 밖에서 자고 있어. 셋을 키우다니... 사료를 주고 간간 닭고기 먹고 남은 것 주고 그러지. 집을 떠나지 않고 정착하려나 봐. 이미 이전에도 몇 마리 고양이가 죽치고 살다가 사라졌고, 어떤 녀석은 새끼를 낳고 젖은 떼고는 내버려두고 사라졌어. 몇 마리 고양이들이 드나들었는지 수를 못 헤겠다. 아무튼 고양이들이 계속 머물다 가네. 나는 지켜보기만 해. 간혹 내 말을 들어주는 녀석이 있기도 한데. 대체로 그냥 시큰둥해. 그러거나말거나 함께 살아.
정원 가꾸기는 어때?
수국을 몇 해전부터 키우고 있어 담장 따라 수국이 빼곡히 심어두었어 올해는 정말 엄청난 수국이 피었어. 종류도 몇 가지가 되고 색상도 다양해 키운 보람을 느껴. 워낙 물을 좋아하는 종이고, 나는 식물에 물 주는 게 좋아. 수돗물 틀어서 호스로 물 뿌리주면 기분이 덩달아 좋아. 하루종일 그런 직업 있으면 좋겠어. 정원사. 그런 직업을 진작에 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어. 물 주고 가지 잘라주고 나무둥치를 쓰다듬어주면 기분이 좋아. 소통이 된다는 느낌. 그냥 내가 사랑을 주고 있구나 하는 기분. 애도 마누라도 없이 사니까 이런 사랑이라도 해야지. 유칼립투스 한그루, 사철나무 한그루. 동백이 둘. 로즈메리 한 그루. 노란 꽃이 피는 창포와 블루아이스 세 그루 청단풍 두 그루 회화나무와 살구나무. 돌의 정원을 만들었어. 원형경기장처럼 만들고 가운데 눈향나무를 심었어. 나무가 세력을 넓히면서 돌의 정원이 조금씩 좁아지고 있어. 변화하게 되고 변화를 바라보는 정원 가꾸기가 매력이 있어. 아, 또 한그루더 있어 때죽나무. 늦봄에 흰꽃이 피는데 향이 좋아. 무엇보다 수국을 계속 번식시켜서 키워보려고 해. 그리고 마당에 풀이 나지 않게 하기 위해 백리향을 심었어. 지피식물이야. 땅을 덮어버리지. 풀이 않나고 백리향 향기도 있고 봄에 꽃이 토끼풀처럼 피는데 벌들이 엄청 와서 기분이 좋아, 벌들의 잔치가 한 달가량 열리거든. 올해는 마당 전체가 백리향으로 뒤덥힐 거야. 그리고 이제 곧 흰 백합 모양의 꽃이 필 거야. 이름이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그리고 쟈스민도 있어. 아무든 정원을 관리하면 집중이 되고 햇살도 쬐고 땀도 흘리고 그리고 시적 영감도 있어. 소박하지만 누구에게라도 작은 정원을 꾸며 보라고 하고 싶어, 하물며 화분에라도 몇 가지 식물을 심고 매일 들여다보는 일 정말 필요할 것 같아. 사랑을 하는 거니까. 사랑을 주는 거니까. 사랑의 눈을 뜨게 되니까. 미워하면서 바라보는 일은 없잖아.
다음에 또 질문과 응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