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창가에서

창가에서 - 생의 강도를 생각하다

by 일뤼미나시옹

Sheaves of Wheat

1885. Oil on canvas. 40,2 x 30 cm. Kröller-Müller Museum, Otterl




들판의 계절별 묘사는 고흐 그림의 본질을 보여준다. 밀수확, 단묶기, 이삭줍기 묘사는 생 리미와 아를르의 황금빛 들판의 정경을 드러내게 하는 영감의 원천이다. 밀다발은 마치 농부의 몸을 닮았다. 들판에서의 고독하하고 묵묵한 생을 살아가는 한 인간 존재의 모습을 보여준다. 멀리 수확을 기다리는 밀밭은 펼쳐진 미래의 삶의 영역이다. 한 단을 묶고 세우는 것은 한 사람의 인생의 한 단면이고 한 계절의 혼신을 다한 농부의 모습이기도 하다. 시간은 가을로 기울었고 황금빛의 들녘은 수확의 끝에서 쓸쓸함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 그것은 완벽한 결말과 같다. 완성 이후의 사라지는 생의 마감과 같다. 충분히 살았고, 수확을 한 후의 휴식이며 전심전력을 다한 농부의 고독한 생의 완결이다. 생의 접점을 이보다 더 가까이 만날 수 있는 장은 없다. 생산직 노동자들의 가혹한 노동현장에서의 전락하는 인간의 슬픈 모습이 노동의 단면이기도 하지만, 밀 한 다발의 역동적이며 고독한 장면은, 우리 생의 강도를 잘 보여준다. 매일 살아가는-죽는 동안, 이 생의 완결은 손에 잡히지 않으며 그렇다고 멀리 달아난 것도 아니며, 언제나 표면-심층의 깊이로 우리를 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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