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스웨터

by 일뤼미나시옹

붉은 스웨터


붉은 스웨터를 입고 서 있었어요 누군가의 백일홍이고요 누군가의 백일몽이고요 누군가의 실핏줄이고 누군가의 지시대상이고요 누군가의 정제된 불온이었고요 누군가의 건조주의보였으며 일회성 품격이었어요 손끝이라도 닿고 싶은 두 풀꽃 사이였어요.


붉은 스웨터가 소문이 났어요. 거기서 헐은 하초를 드러냈다는 이 거기서 왼 겨드랑이에 붉은 열매를 보았다는 이 거기서 아무르 강을 보았다는 이 거기서 격발을 끝낸 새를 보았다는 이 거기서 과자봉지처럼 천천히 비워졌다는 이


붉은 스웨터를 입었어요.

꽃으로 열매의 실종을 알렸어요.

왔으나 매일 늦은 그림자였어요.

짜 맞추려는 의도로 피는 백일홍이었어요

생활의 중심부를 내던진 출근이었어요

붉은 스웨터로 추워지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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